이 영화에서처럼 완전 깡촌은 아니지만 도시가 아닌 지방에 살아가는 나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준 영화다.
청년 실업과 청년 일자리 문제가 계속 대두되는 현시대에 아무리 청년 정책이 많이 나와도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는 나를 포함한 청년들에게는 그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밖에 되지 않고 있다. 그러한 시기에 이 영화는 나에 대한 정체성에 대해 한번쯤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영화 시작부터 맛있게 살아있는 소리와 구미가 당기는 화면의 쿡방과 먹방으로 이 영화는 요즘 유행하는 ASMR 콘텐츠를 표방한 새로운 형태의 음식 관련 영화인가 생각이 들었지만 보다 보니 그게 메인 주제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런 장면들은 요즘 흔히 말하는 인스타 감성을 자극시키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포인트들이 되었다.
이 영화에서는 여러 캐릭터들이 나오는데 그중 세명의 청년이 있다.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다 버리고 떠나와서 귀농한 청년, 한 번도 타 도시로 떠나보지 못하고 고등학교 졸업해 바로 취업해서 일하고 있는 청년,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고 밥도 제대로 한 끼 못 먹다가 고향으로 잠시 피신한 청년, 이 청년들을 통해 나름 지방의 현실과 청년 문제를 잘 표현했다.
귀농한 청년 같은 경우에는 사실 내 기준에는 금수저에 속하는 편이다. 아무리 규모가 작아도 농사와 과수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농사지을 땅도 있고 어느 정도 기반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길을 택했고 단순히 원치 않는 직장 생활을 억지로 끌고 나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의미가 있다 본다.
직장 생활, 공무원 시험, 취업, 큰 도시로 떠나고 싶은 마음 등 많은 청년들이 공감하고 아파하고 있는 현실 문제들이다. 예전에는 그저 회사에 충성하면 그 회사가 현재와 미래를 보장해줬었고 때려치우면 다른 곳에 쉽게 이직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회사에 충성해도 언제 떠날지 모르는 불안감, 떠났을 때 다시 취업 준비의 생활의 두려움이 늘 내재되어 있다. 그러니 예전 분들 말씀처럼 거들떠도 안 봤던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현재에는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 몰리고 있는 현상처럼 청년들의 미래를 향한 발걸음은 기이한 시스템 속에서 지나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 시스템 속에서 결국 지치고 나가떨어지는 청년들은 그 몫을 스스로 다 감내해야 한다. 이 영화에 나온 주인공처럼 겨우 하루살이 하다가 공무원 시험에 다 투자하고 떨어지면 빈털터리가 되어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으로 낙향한다. 갈 곳이라도 있는 청년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과연 이런 세상 속에서 우리가 해결해나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지, 어떠한 선택이 답일지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물음을 여러 장치들을 통해서 물어본다. 주인공의 엄마도 청년은 아니지만 결국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다시 살아가야 할지 꿈을 안고 떠났던 것처럼 만약 우리도 지금 이 시기에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현실에 타협해 살아가다가 나중에 슬럼프가 다시 찾아왔을 때 다시 또 이런 고민들을 하지 않을까 싶다. 그땐 젊음도 힘도 많이 부족할 때일 텐데 말이다.
현실이 힘들다고 무조건 다 버리고 귀농, 귀촌하라는 그런 강박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는 아니다. 또 그것들이 무조건 정답처럼 보이진 않는다. 그저 하나의 장치로써 설정해놓은 감성을 자극시키기 좋고 상징적인 대안점들로 보여준 것 같다.
이제 나는 어떤 정체성을 확립하고 내 삶을 건설해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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