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새로 직장을 들어가기도 했고 이런 저런 환경 변화로 인해서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는 핑계 아래 책을 안 읽고 있었다가 이제야 마음을 잡고 책을 한 권 다 읽었다. 집에 쌓아둔 책이 많아서 어떤 책을 읽을까 뒤적거리던 중 파리대왕이라는 책을 발견하였다. 파리대왕은 예전에 읽다가 그만둔 책이었는데 그 때는 책이 너무 어려웠다는 생각에 읽기를 중단했던 것 같다. 뭐.. 이번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정주행을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읽다보니 이 책은 내용이 어려운 것이 아닌 너무 많은 서정적인 표현과 구체적인 묘사가 많은 것이었다. 내용은 오히려 단순한 내용이다. 비행기 사고로 비상 탈출한 아이들이 섬에서 처음에는 구조의 희망을 가지고 다들 협력하지만 그 가운데서 나타나는 갈등 또 그 갈등으로 인한 또 다른 분열들을 나타내고 있다.
랠프와 잭, 갈등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이다. 솔직히 난 읽는 내내 랠프에게 답답함을 느꼈다. 문명의 탈과 순수성을 벗지 못하고 이미 자연의 세계로 물들고 잔혹함을 뒤덮인 아이들에게 희망을 갖고 있는 모습이 오히려 멍청해 보였다. 그는 진짜 리더감이 아니었다. 오히려 외관이 뚱뚱하고 천식을 갖고 있는 모습에 무시를 당하던 돼지가 더 리더다운 통찰력과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나였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대입해보았다. 나는 오히려 잭과 같은 인물이었을 것이다. 사이먼처럼 혼자 있으면서 고뇌하는 스타일도 아닌 것 같고 돼지처럼 머리를 잘 굴리면서 전체를 보기보다 오히려 당장 먹고 사는 것에 집중하고 개척해나갈 스타일일 것 같다. 물론 그 이후에 따라오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잔혹함이나 이 책에서 표현하는 묘한 관계의 감정 등은 아직 나와 마주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 또 이렇게 생각하니 내가 랠프를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유추해보아 정말 잭 같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가지 모습들이 상상되었다. 영화 ‘다이버전트’에서 나오는 분파들의 성향의 모습도 상상이 되었고 인간의 원조 조상들의 모습들의 모습들도 상상되었다. 인간이라는 것은 진화하고 점점 문명화되면서 기초와 질서를 만들고 했지만 이는 공존이라는 개념을 서서히 알아가면서 만들어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상적인 기초와 질서가 아닌 정말 현실성 있는 질서가 새롭게 나타난다. 인간의 선한 부분 보다는 잔혹하고 악의 모습을 더 집중적으로 나타내었다. 성악설이 뒷받침되어 있다. 내용을 단순화시키기 위해 또 상황의 극단성을 보여주기 위해 순수함의 상징인 어린이들과 배경은 무인도로 설정하였다. 물론 남자아이들만 있어서 여자 아이들이 있었을 때의 변수나 이런 것들은 다 배제시켰다. 이는 나중에 비판의 하나의 요소가 되었지만 그래도 작가가 말하고자 한 사람의 악한 본성은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었던 것 같다.
요즘 현대사회, 내가 말하는 현대사회는 절대적 빈곤을 벗어나 상대적 빈곤 가운데에 있고 문명의 발달과 이기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 사회, 에서는 이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을까. 나는 형태와 나타나는 모습이 다를 뿐 우리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있다고 본다. 이 책에서 몇 번 나오는 ‘묘한 관계’에 대해서 많이 집중이 된다. 흔히 말해 특별히 미운 짓은 안했는데 밉상이거나 이런 관계. 이상하게 기싸움이 되고 그 사람한테는 지고 싶지 않고 말로 이루 말할 수 없는 비교의 대상이 우리들 가운데는 분명 존재한다. 아마 청소년들 사이에 나타나는 왕따 문제, 집단 패싸움, 직장 내 은따, 경쟁 문화, 정치권 모습 등 분쟁의 모습 속에서도 많이 나타날 것이다. 파리대왕을 읽으면서 윌리엄 골딩(이 책의 저자)가 무서웠던 점이 이런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책 속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답답하고 열받지만 무조건적인 비방이나 욕을 할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왜냐면 때로는 나의 모습이기도 하고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는 것을 은연 중에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딩의 첫 장편 작품인데 한순간에 스타덤으로 올린 파리대왕. 인간의 잔혹함과 잔인해지는 모습을 조금이나마 느끼기 쉬운 작품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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