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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교육/청소년활동

기안과 평가를 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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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서는 따지는 글 같다. 기안과 평가를 왜 해야 하는가! 들고일어나라!!

 

그런 뜻은 아니다. 기안과 평가를 정말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글이다. 이런 고민이 없으면 그냥 알아서 프로그램이나 사업을 잘 준비해서 실제로 실행만 잘하면 되지 굳이 페이퍼워크를 해가며 일을 늘릴 필요가 있냐고 묻는 활동가만 될 뿐이다. 슈퍼비전 때 일 처리 프로세스에 대해 배우면서 생각한 바를 정리한다.

 

우리 같이 수치로 판단되는 일이 아닌 업무들은 이 과정이 더 중요하다. 과학이나 회계, 수학 업무는 목표의 수치가 정확하다. 결과도 가시적이다. 단순한 세상과 인간은 정량적인 평가를 주로 좋아한다. GDP가 몇 % 성장했는지, OECD 국가 중 몇 위라는지, 들으면 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평가다. 기록에도 쉽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가시적이지 않은 변화, 즉 내면이나 생각의 변화 등은 눈에 확 띄지 않는다. 증명하기 어렵기에 사업이나 프로그램이 끝나고의 기록과 평가는 더욱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람의 기억은 미화되거나 퇴화한다. 평가는 웬만하면 빠른 기간 내에 끝내는 게 좋다.

 

 

평가를 효율적이고 명확하게 일찍 끝내는 법은 사전에 내가 프로그램을 통해 뭘 변화시킬 건지, 무엇을 목표하는지 미리 정해져 있으면 된다. 우리의 프로그램과 사업은 보통 목적과 목표가 있다. 그게 아니면 그걸 하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 목적과 목표를 실무자 머릿속에만 아무도 모른다. 무엇을 할지에 대한 목적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면 평가 영역과 문항도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 미리 계획을 짜는 게 사업계획서이고 프로그램 계획서다. 이런 걸 하겠다고 기안을 올리면, 조직 내에서 검토와 판단을 한다. 이 모든 과정이 기록된다. 추후 다른 담당자가 오더라도 이 자료들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모든 게 없다면? 아무리 프로그램과 사업이 잘 돌아가고 손뼉 치며 끝났어도 몇 년, 아니 그보다 빨리 연말 평가 때도 기억 안 날 수 있다. 당장 어제의 업무일지를 쓰지 않아 다음날 쓰려고 할 때 기억 안 나는 모습이 증거이다.

 

기안은 좀 시간을 두고 올리는 게 중요하다. 중장기 프로젝트면 몇 달 전부터 그림을 그려가며 준비하고 단기 프로젝트면 최소 1주일 전에는 올려야 일정 확정이 가능하다. 참가자 모집이 필요한 홍보가 있는 경우에는 더 빨리 홍보 계획을 수립해 올려야 실무진 자신이 일하기 편하다. 남 좋으라고 하는 게 아니다. 이 과정에 대한 이해와 센스가 몸에 밴다면 내가 편해지는 거다.

 

지난 글에도 썼지만, 이번에 급하게 진행한 북페어 탐방이 대표적인 안 좋은 예다. 참가 청소년들에게 전체 평가를 들었을 때 가장 많이 지적 나온 것이 시간 부족과 여유롭지 않음이었다. 일을 급하게 처리하면 이런 평가는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나마 이 정도는 다행이다. 뭘 빠뜨리던지, 놓쳤다는지 정신없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람은 어쩌다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실수가 반복되면 그게 내 실력이 된다. 평상시의 내 모습을 가지고 주변이 날 평가한다. 이건 기록에 남지 않겠지만 그들의 머릿속에 각인된다. 팔짱 끼고 이놈 잘하나 보자~라는 자세로 항상 꼬느고 있지는 않는다. 자연스러운 신뢰 형성이다. 이 기안과 평가 과정만 잘 지키더라도 조직 내에서 최소한의 신뢰는 깨지지 않을 거라 믿는다. 프로그램과 사업 당일에 잘 수행하는 건 그다음 문제다. 나 역시도 놓치지 않게 몸에 배게끔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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