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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직지 1,2 아모르 마네트 줄거리 요약 및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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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 마네트(amor manet): 사랑은 남는다
라틴어

 

 

김진명 작가의 작품을 오랜만에 접했다. 예전에 <신의 죽음>, <싸드>를 읽었었다. 읽은 지 좀 되어 줄거리가 거의 기억나지 않는 게 함정이다. <싸드>는 한창 한반도 내 싸드 배치로 이슈였던 시절 읽었었다. 그리고 <싸드> 독후감은 이 블로그의 첫 독후감이기도 하다. <직지>로 다시 한번 김진명 작가의 작품 후기를 기록한다. 이분의 작품은 몰입도가 좋고 스토리가 탄탄하다. 예전에도 느낀 감정이고 이번 <직지>를 읽으면서 다시 느꼈다. 소설인지 역사책인지 구분을 짓기 힘들 정도로 현실과 가상의 크로스오버를 잘 시켰다. 읽는 도중에 책에 나오는 인물이 실존 인물인지, 시대가 어떤지 검색하면서 읽었다. 얼떨결에 역사 공부도 하게 되었다.

 

<줄거리 요약>

어느 날, 끔찍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피해자는 전형우 교수. 그는 고려대에서 라틴어 교수였다가 정년퇴직해 조용히 살아오던 이다. 귀가 잘리고, 창에 찔렸다. 목에는 인위적으로 찍어낸 것처럼 보이는 송곳니 자국으로 피가 빨렸다. 살인 사건을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사회부 기자 기연은 이 현장에서 이상한 점을 느낀다. 다른 사건과 다르게 엽기적이고 수사진조차 처음 보는 사례다. 프로의 손길이 강하게 묻어나는 현장이다. 기연은 경찰의 수사에만 의존할 수 없어 스스로 사건을 조사한다.

 

전형우 교수는 평소에 외부와 교류가 많지 않았다. 사건 당시 가족들은 해외에 있었고, 특별히 원한을 품을만한 사람도 없었다. 죽은 전형우 교수의 아내는 적극적으로 사건을 조사하는 기연에게 집 열쇠, 노트북, 자동차 키를 준다. 차의 내비게이션에 서원대학교라는 목적지 기록이 있고 휴대폰 기록에 김정진 교수가 찍혀 있어 찾아간다.

 

 

서원대학교 김정진 교수는 청주시와 함께 직지 알리기에 힘쓰는 사람이다. 그런데 전형우 교수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다. 유럽에 금속활자가 퍼지게 된 이유가 직지로부터라는 연구가 있었는데 라틴어 해석을 맡은 전형우 교수가 교황의 편지에서 ‘코룸’이 고려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직지 연구자들과 후원자들 모두 앞에서 이런 말을 해 전형우 교수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퍼졌다는 말이다.

 

이후 기연은 <살인의 역사>라는 책을 저술한 펨블턴의 도움으로 살인 현장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전형우 교수와 교류했던 스트라스부르의 피셔 교수, 아비뇽의 카레나를 찾으러 직접 유럽으로 가 조사한다. 바티칸 수장고 문서들의 비밀, 그에 접근한 전형우 교수, 또 교황과 교황청을 지키려는 비밀 결사들, 직지와 구텐베르크의 연관을 풀어나간다. (과정과 결과는 책을 통해...)

 

 

<독후감 :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난 오늘도 이렇게 책을 읽었다. 책을 읽고 후기를 적는다. 글을 쓴다.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건 요즘 세대에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500년 전, 아니 100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나 쉬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조선의 경우 중화사상권에 속해 있어 한문이 주요 언어일 때, 자국의 언어를 가지는 건 오랑캐나 하는 짓이라고 하여 우리 언어를 가질 수 없었다. 어려운 한문을 통달해야 과거 시험을 볼 수 있었고 권위를 획득해 누군가를 다스릴 수 있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 중세시대에도 마찬가지다. 교황을 비롯한 성직자들은 어려운 라틴어로 된 성경을 본인들만 읽을 줄 알았다. 군중들에게 설교와 가르침을 통해 자신의 권위를 유지했다. 현대 사회의 기준으로 보면 글자를 안다는 이유로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나뉜다는 게 어이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예전에는 글을 알아야 권력을 가질 수 있었다. 일반 백성들은 글을 몰랐다. 그저 똑똑한 나으리들이 지시하면 따르기 바빴다. 글을 몰랐기에 말로만 소통이 가능했다. 글을 모르는 군중은 피지배층을 벗어나기엔 한계가 있었다. 글을 알아야 뜻이 널리 퍼지고 오래 남는데 그러지 못한다. 반역하고 싶어도 주변으로 퍼지기엔 한정적이었다.

 

반면 글을 알면 지배하는 데 효과적이다. 어명이오! 하고 증명 서류 한 장은 무조건 가져온다. 말로만 하면 사기 치는 줄 안다. 저 멀리 남아메리카의 거대했던 잉카와 마야 문명도 글을 아는 소수의 유럽인에게 지배당했다. 원주민은 글을 몰라 인근 지역에서 일어나는 참변이 대륙 내에 전달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침략자는 과거 다른 이의 글을 통해 정보를 얻고 대비하여 그들을 찾아올 수 있었다. 글은 권력을 가져온다.

 

 

글을 아는 권력자들은 이런 사실을 진작이 알고 있었다.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중은 글을 몰라야 했다. 글을 알고 지성이 생긴 군중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었다. 글을 안다는 능력은 소수의 사유물에서 벗어나면 특별하지 않았다. 특별함이 권력을 가져다줬는데 특별함을 잃어버리면 권력이 사라질 판이었다.

 

이런 권력자들에게 큰 위협이 되는 우리가 기억할만한 역사적 사건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서적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활자’의 탄생, 그중 금속활자의 발명, 두 번째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다. 활자의 탄생은 유럽에서도 큰 이슈였다. 구텐베르크의 활자를 활용한 인쇄술이 발달하기 이전엔 2개월에 필사본 1권이 나왔지만, 이후에는 일주일에 500권 정도 대량 생산이 가능했다. 세종대왕은 특이한 사례다. 권력의 중심이 백성을 위해 글자를 창제했다. 표의 문자 문화 속에서 표음 문자를 개발했다. 두 가지 상황 다 큰 반발에 부딪쳤으나 시대의 흐름을 꺾지 못했다. 결국 현대의 우리는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쓸 줄 알게 되었다.

 

갈수록 글 읽고 쓰는 것에 대해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세대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 특히 책이 안 팔린다. 책 선물은 경멸의 대상이 되었고 책 자체는 인테리어 소품이 되었다. 책은 급속도로 정보를 수집하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과 문해력을 키워주는 ‘느림의 미학’의 결정체다. 그러나 요즘은 글자를 단순히 아는 정도에 그친다. 문해력을 길러야 하는데 퇴보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온다. 정보 과잉 속에서 자극적이고 빠르게 흡수하기 위해 사회가 진화하다 보니 사색이 사라지고 주관적인 판단이 흐려진다. 예전에는 글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지배 능력이었으나 요즘엔 글로 상대를 선동할 수 있는, 즉 사고를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어렵게 역사를 통해 얻은 산물이다. 때로는 이를 얻고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위기가 찾아왔고 피를 흘렸다. 요즘에는 책이 안 팔려 재고가 쌓인다는데 이 모습을 보면 구텐베르크는 무슨 생각이 들까? 책을 읽는 것, 즉 독서가 소수의 특별한 취미가 아닌 대중의 삶으로 자리 잡길 바라는 마음이다.

 

 
직지 1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부터 《미중전쟁》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김진명의 장편소설 『직지』 제1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공인받은 ‘직지’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를 둘러싼 중세의 미스터리를 추적한 작품으로, 치밀한 자료조사와 프랑스 등 현지 취재, 그리고 현대 과학의 성과에 역사적 상상력을 더해 금속활자의 전파에 관한 실체적 진실에 다가선다. 평온안 주택가에서 경악스런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귀가 잘려나가고 창이 심장을 관통한 시신. 더 놀라운 것은 드라큘라에게 당한 듯 목에 선명한 송곳니 자국에, 피가 빨렸다는 점이다. 피살자는 고려대에서 라틴어를 가르쳤던 전형우 교수다. 사회부 기자 기연은 중세풍의 기괴한 살해방식에 강렬한 의문을 품고 사건을 파고든다. 전형우 교수가 죽기 전 교황청의 비밀 수장고에서 발견된 편지를 해석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용의자를 좁히지만, 범행동기와 살인현장이 매치되지 않는 모순적인 상황에 당혹해한다. 기연은 원점으로 돌아가 사건현장을 살피다 교수의 서재에서 두 개의 이름을 발견하고 전 교수가 계획했던 동선을 따라 그들을 만나기 위해 프랑스로 날아간다. 그리고 그곳엔 기연이 상상도 못한 반전과 충격적인 사실이 기다리고 있는데…….
저자
김진명
출판
쌤앤파커스
출판일
2019.08.01
 
직지 2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부터 《미중전쟁》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김진명의 장편소설 『직지』 제2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공인받은 ‘직지’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를 둘러싼 중세의 미스터리를 추적한 작품으로, 치밀한 자료조사와 프랑스 등 현지 취재, 그리고 현대 과학의 성과에 역사적 상상력을 더해 금속활자의 전파에 관한 실체적 진실에 다가선다. 평온안 주택가에서 경악스런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귀가 잘려나가고 창이 심장을 관통한 시신. 더 놀라운 것은 드라큘라에게 당한 듯 목에 선명한 송곳니 자국에, 피가 빨렸다는 점이다. 피살자는 고려대에서 라틴어를 가르쳤던 전형우 교수다. 사회부 기자 기연은 중세풍의 기괴한 살해방식에 강렬한 의문을 품고 사건을 파고든다. 전형우 교수가 죽기 전 교황청의 비밀 수장고에서 발견된 편지를 해석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용의자를 좁히지만, 범행동기와 살인현장이 매치되지 않는 모순적인 상황에 당혹해한다. 기연은 원점으로 돌아가 사건현장을 살피다 교수의 서재에서 두 개의 이름을 발견하고 전 교수가 계획했던 동선을 따라 그들을 만나기 위해 프랑스로 날아간다. 그리고 그곳엔 기연이 상상도 못한 반전과 충격적인 사실이 기다리고 있는데…….
저자
김진명
출판
쌤앤파커스
출판일
2019.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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