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화요리를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이 저자의 열정과는 비할 것이 못 된다. 단순히 짜장면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과 이 면이 기계면인지, 반죽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먹는 것은 천지차이다. 사진이 담겨있어 읽는 내내 입맛 다시면서 읽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만화가 그려져 있어 이해하기 쉬웠다.
저자는 조영권 피아노 조율사이다. 피아노 조율로 업무차 출장 가서 방문한 중화요릿집도 있고 여행으로 가서 간 곳도 있다. 물론 전국의 모든 중화요릿집을 방문해서 적은 책은 아니다. 본인이 직접 가본 위주로 적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분이 알아주는 중화요릿집 마니아라는 것이다. 평상시 원하는 곳을 메모해놨다가 기회가 되면 방문해서 후기를 남긴다. 단순히 중화요릿집만 가는 건 아닌 것 같지만 이 책에서는 제목처럼 중국집 위주로 적었다.
이상하게 이 책을 읽으면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황홀한 느낌과 비슷한 표현처럼 보이지만 그런 느낌은 아니다. 본인의 업무에 자부심을 가지고 사랑하면서 동시에 푹 빠져있는 중국집을 열정적으로 찾아다니며 기록하는 그 모습에 마치 내가 동경하는 삶을 보는 것 같아 묘한 감정이었다. 단순히 부럽거나 존경의 감정은 또 아니다.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뭐랄까, 가슴 따뜻해지는 소소한 행복의 대리만족이랄까?
내가 사는 곳 근처의 중국집도 소개되어 있다. 심지어 내 고향에서 작은 동네인 서천군 판교면 중화요릿집이 나오니까 신기했다. 그 중국집은 내가 아직 한 번도 안 가본 곳이다. 꼭 시간 내서 가볼 예정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내 입맛에 안 맞으면 어쩌지 하는 쓸 데 없는 고민도 든다. 한 곳이 실패하면 나머지 적혀있는 곳들의 신뢰도가 떨어지려나 싶다. 그러나 맛있음의 절대적 기준은 없는 법. 이걸 아는 사람인 나는 어느 정도 감수하고 갈 것이다. 그냥 새로운 곳을 알았다는 것과 경험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언젠가 나도 맛집 탐방기를 적어 책으로 내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한다. 맛을 보고 맛집을 느끼는 것이 즐겁다. 그렇다고 이런 글로 그들에게 압박을 가하거나 갑질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수의 다른 블로거분들처럼 정보 제공 목적으로 글을 쓰는 것도 나의 주된 목적이 아니다. 그냥 내가 그 집을 방문한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적고 싶다. 그때의 느낌과 감정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다. 독후감을 적고 영화감상문을 이 블로그에 적는 것도 같은 이유다.
빠른 시일 내에 맛집 여행을 가고 싶다. 이 책이 내 마음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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