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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이갈리아의 딸들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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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바뀐 세상을 보여준 이갈리아의 딸들. 흥미로운 주제다. 책 읽는 도중에 이갈리아 세계 속 익숙하지 않은 언어 때문에 이해하기 힘들어서 앞쪽에 있는 설명서를 몇 번이나 보게 되었다. 쉽게 읽히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 책이 뭘 말하고 싶은지는 알 수 있다.

 

 

노르웨이에서 1977년에 발행한 이 책은 1996년에서야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그리고 한참 뒤에 사람들이 인지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여성 인권에 대해 이런 고민이 있었다는 걸 보고 한국과 유럽 간의 사회 문화 역사 차이가 느껴졌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우리나라가 이제 구성원 각자의 가치에 대해 집중할 수 있는 때가 온 것 같다. 아니 이미 그 시기는 왔었지만 예전에 비해 국민 의식이 더 성숙해진 것 같다. 물론 아직 멀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논의가 되고 소통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건 확실하다. 

 

 

발행 전부터 고민이 많이 된 책 같았다. 사회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발생하는 차별을 나타내고, 세상이 알려주는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는 구성원들에 대해 잘 비유하고 풀어갔다. 동시에 읽으면서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위치가 바뀐 세상을 스스로 상상해보면서 비교하기도 했다. 꽤 흥미로우면서 머리가 아픈 상상이었다. 누가 우위에 있던 어차피 사회 속 희생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것은 '여성이 우월하다.', '여성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이런 단순한 주장이 아니다. 당연히 여겨왔던 인식과 구조를 깨보려는 노력이다. 그 인식과 구조가 생각보다 깊게 우리 삶 속에 위치해있다. 예시로 우리나라 여성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이 모습을 보고 일부는 '이래서 여자가 앞에 나서면 안 돼.',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등 개인의 책임을 한 성별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또 그 발언이 이상하게 그냥 이해되고 통용됐다. 의도적이지만 무의식적인 여성 차별인 것이다. 이런 일이 사회에 만연하다.

 

 

반대로 '남자는 주방에 들어오면 안된다.', '무거운 건 남자가 좀 들어야지.'와 같은 차별도 존재한다. 여자는 집안일을 담당하고 약한 존재라는 생각이 바탕으로 깔린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그 바탕을 만들어나가는 게 단순히 남성으로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 사회에 녹아들고 익숙해진 여성 또한 만들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그런 바탕 위에 지어진 사회 속 차별의 이점을 누리면서 만족해한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매너는 남자가 베풀어야하고 힘쓰고 위험한 일은 남자의 전유물이 되었다. '약하고 수동적인' 존재의 여성을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이게 페미니즘을 외치는 자의 약점이 되고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 무기가 된다. 우리 구성원들은 왜곡된 여성상을 고쳐나가는 것과 동시에 왜곡된 남성상도 깨야 한다. 그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빠졌던 사회 궂은일도 도맡아야 하고 남자라는 이유로 등한시했던 일들을 채워나가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페미니즘이 완성된다.

 

 

 

 

이젠 특정 성별의 인권만 주장하는 것이 아닌 성평등의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 사회 공동체 역할과 임무를 더이상 성별로 나누는 것이 아닌 개인의 역량으로 분류하고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예시로 여성 할당제가 있다. 여성 할당제만 두고 봤을 때 이런 관점에서 퇴보된 제도라고 생각한다. 여성이라는 계급을 획득해 능력 없는 계급자가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또 여자라는 이유로 더 욕먹게 되고 사람들 인식에 각인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예전 여성 교육과 참정권이 약했을 때는 충분히 적용할만한 제도지만 이제는 동등한 교육이 이뤄지고 사회, 정계 진출이 이뤄지는 가운데 여성의 비율 확대는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라고 본다. 

 

 

이 책에서 동의하기 힘든 부분은 굳이 동성애를 통해 맨움 해방 주의(현시대의 여성 인권 운동)를 풀어가려고 했던 부분이다. 동성애가 없이 여성 인권 운동은 힘들다고 적어놨는데 난 그 주장에 동의할 수 없었다. 남자와 엮이지 않는 사회의 이해관계로부터 완벽히 벗어난 사랑을 통해 여성 해방을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아무튼 내 가치관으로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었다.  

 

 

1977년에 발행된 이 책의 주장에서 이제는 더 발전된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이갈리아의 딸들에서 머물면 안 된다. 진보된 주장과 교육 속에 발견된 부작용이 있으면 그 부작용들을 해결해나가는 노력도 동시에 나타나야 한다. 나도 더 평등하고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소한 버릇부터 고쳐야겠다.

 

 

이갈리아의 딸들
국내도서
저자 :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 히스테리아역
출판 : 황금가지 199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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