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재밌는 책을 왜 이제 알았지? 심지어 나온 지 거의 10년도 더 된 책이잖아? 독서량이 한없이 부족한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어디 가서 취미가 독서라고 깝죽대지 말아야겠다. 한 번만 합리화를 해보자면... 스웨덴 책이라서 몰랐나? 아... 영화까지 나왔었네...
책의 줄거리는 말그대로 '(양로원)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탐험기다. 탈출 후의 탐험기뿐 아니라 그의 살아온 일생 줄거리도 같이 전개된다. 양로원을 탈출한 노인은 보통 역사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세계대전 때부터 냉전체제 해소에 이르기까지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근현대사의 살아있는 인물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소설 속에서 말이다. 실제 역사와 헷갈릴 정도로 짜임새가 나름 탄탄(?) 하니 진지하게 배워가면 큰일이다. 이런 류의 캐릭터를 영화 <국제시장> 주인공을 통해 본 적이 있다. 한국전쟁부터 독일 파견, 베트남 전쟁을 지나 현대 발전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인물을 한 캐릭터에 담아낸 것처럼 이 소설 속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범위는 훨씬 넓다. 더 긴 시간과 전 세계가 배경이다.
인생 역사 뿐 아니라 탈출 후 탐험기도 인상 깊다. 사람이 쉽게 죽어나가니 마음 약한 독자라면 사전에 심호흡하고 읽는 것을 추천한다. 쭉 읽다 보면 영화를 보는 느낌이 난다. <데드풀>이나 <킹스맨> 같은 영화가 떠오른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 말이 대충 무슨 느낌인지 알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농담과 파격적인 표현들로 독자들이 시원시원히 읽게 만든다. 작가 특유의 표현과 농담이 유쾌하고 그 유쾌함이 100세 노인의 캐릭터와도 잘 맞는다.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삶의 가치관이 인상 깊었다. 내가 요즘 배우려고 하는 철학적 자세인 <있는 그대로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고 존중할 것>과 비슷했다.
세상 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
주인공 아버지가 주인공에게 알려준 내용이다. 그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니 큰 스트레스가 없고 유쾌하게 세상이 지나간다. 내게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고 살던 내게 꼭 필요한 말이다. 스트레스를 덜어내면 아마 나도 100세 넘게 건강하게 살지 않을까? 나도 양로원에 갇혀 있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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