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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해석 및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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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 만능주의를 비판하고 버블 경제에 대해 이야기하다.

언뜻 보면 단순한 캐릭터의 성장 영화로 보인다. 여자아이가 주인공이고 형태는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더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일본의 버블경제 때의 모습을 비추고 물질 만능주의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본의 버블 경제는 유명하다. 세계 경제 호황과 더불어 일본 경제는 호황을 누렸다. 지속적인 성장은 많은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었지만 방심하고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당연하게 생각했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IMF를 맞이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끝도 없어 보였던 번영은 거품이 잔뜩 껴있었고 대공황과 맞물려 거품이 꺼졌다. 보통 '일본'하면 떠오르는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이미지는 옛날 옛적부터 내려오는 민족성이 아니라 이 시기에 충격으로 만들어진 모습들이다.

 

어떤 장면들을 통해 비췄을까?(자유로운 해석)

1) 신의 세계로 들어가는 치히로 가족

치히로의 가족은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간다. 이사가는 도중 비포장 골목길에 들어선다.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차를 빠르고 거세게 몬다. 이는 위험한 상황인데도 인지 못하고 거세게 위기 속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나타낸다. 영화에서는 망한 테마파크처럼 보이는 신의 세계에 아무 일 없이 도착한 것처럼 보인다. 분분한 해석 중이지만 아마 가족은 사고가 났던 것으로 추측된다. 죽음의 문턱에서 그들은 신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2) 돼지로 변한 치히로의 부모

주인이 없지만 맛있는 음식에 매료돼 허겁지겁 먹는다. 주인이 오면 돈 주면 된다는 식의 마인드다.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물질 만능주의를 나타낸다. 그렇게 마구잡이로 먹던 그들은 돼지로 변한다.

 

3) 온천탕의 진실

온천탕은 사실 매춘업소다. 캐릭터들의 옷과 중간중간 한자로 쓰여있는 '회춘'과 같은 단어들이 이를 암시한다. 마녀 유바바는 이곳을 총괄하는 마담과 같은 존재다.

 

돼지가 되기 전, 치히로 부모는 치히로에게 무심한 모습을 비춘다. 그러다 눈앞에 있는 호화로운 것들에 모든 관심을 뺏겨 딸이 위기에 빠진지도 모른다. 딸은 갈 곳을 잃고 위기에 몰려 매춘업계에 빠지지만 그것도 모르고 해결해줄 수 없을 만큼 눈이 먼 상황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4) 이름을 뺏는 유바바

이 영화의 전반적인 세계관은 물질 만능주의에 빠진 자본주의 사회다. 이름을 뺏고 계약하게 되는 치히로는 센이란 이름으로 그 세상에 몸 담게 된다. 살기 위해 돈을 벌고 그 삶에 익숙해지면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모습이다. 현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 아닌가. 어느 순간 지나면 진정한 내가 누구인지 잃어버리는 모습을 지적한다. 하쿠는 본인의 이름을 잃었다. 치히로가 같은 상황을 겪지 않기를 바라며 이름을 절대 잊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치히로는 치히로를 잊고 자신을 센으로 자연스럽게 호칭하는 모습이 나온다. 사회 속에서 어느새 적응한 센이다.

 

5) 모든 것이 거래다.

석탄을 나르는 숯댕이들에게 뿌려지는 별사탕, 가마 할아버지가 린에게 치히로를 유바바에게 소개하라고 부탁하며 주는 도마뱀구이, 오물 신이 보답한 경단 등 모든 행동이 답례와 거래로 이뤄진다. 자본주의 사회에 당연한 모습이다.

 

6) 가오나시의 정체

가오나시는 얼굴이 없는 귀신이다. 처음에 뭘 삼켰냐에 따라 커져가는 방향이 변한다. 가오나시는 직원들을 삼키며 끊임없이 배고픔을 호소한다. 순식간에 이것저것 삼키며 거대해진다. 음식을 바치는 자들에게 대가로 사금을 뿌린다. 사람들은 환호하고 그를 숭배한다. 이것저것 자신의 것들을 끌어모아 바친다.

 

사금은 가짜였다. 꺼져가는 거품을 표현했다. 허구를 향한 투자는 망했다. 온천탕의 피해는 막심하다.

 

 

7) 가오나시는 센을 원한다.

가오나시는 끊임없이 센을 원한다. 그 이유에 대해 해석은 여럿이다. 매춘업소에서 순결한 처녀성을 사기 위해 돈을 더 내서 가지려고 하는 것을 나타냈다는 해석, 아니면 외로운 자신에게 보여준 동정심에 대한 집착이라는 해석 등 다양한 해석이 남아있다.

 

8) 오물신은 큰 강의 신

원래 큰 강의 신이었던 오물신은 온갖 생활 쓰레기들로부터 오염됐다. 하쿠도 원래 작은 강의 터주신이었다. 아파트 공사로 인해 묻혀 갈 길을 잃은 하쿠는 유바바에게 와서 제자로 들어간다. 이 모습들은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9) 제니바가 사는 곳을 향해 가는 전차

왕복이 아닌 편도밖에 없는 전차는 죽음, 자살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영화초에서부터 나온 그림자 같은 영혼들은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린 어둠과 같은 존재들을 나타낸다. 전차가 가는 도중에 창밖에 장면 중에서 얼굴 없는 남자와 아이의 모습이 나타난다. 물에 잠긴 길 앞에서 서있는 그 모습은 마치 무너진 경제 속에서 동반 죽음을 택하는 자들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10) 탐욕가 유바바, 인자한 제니바

제니바는 유바바의 쌍둥이 언니다. 제니바도 마법을 사용할 줄 알지만 소소히 노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꾸려간다. 금방 사라질 거품과 같은 마법에 의존하지 않는 모습을 나타낸다. 거품 세계의 핵심 인물인 유바바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래서 제니바는 유바바보다 인자한 모습으로 나타냈다.

 

11) 유바바가 속았다.

유바바는 금이 가짜라는 것을 금방 눈치챘지만 아들이 가짜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유바바에게 있어 돈이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수많은 비유하는 장면과 해석이 존재한다. 알고 보면 재밌는 정보가 많다. 해석의 차이는 관객이 받아들이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