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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 독후감 : 나는 이 결혼 반대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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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한 번이면 족해

최근에 결혼을 한 입장으로써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이 책 제목에 반기를 든다. 결혼은 한 번이면 충분하다. 온갖 젊음의 기를 결혼식 한 번에 쫙 빨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떻게 하기 나름이겠지만 이 책의 주인공도 나와 같은 심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빨리 끝나기 바라는 마음. 나와 상황은 다르지만 말만 두고 봤을 땐 충분히 이해 가는 심정이다.

 

여기서 세 번 결혼을 하는 사람은 남자 주인공 '데비이드 장'이 아니다. 그의 직업은 스너글러이다. 동시에 불법체류자이다. 불법체류자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저런 직업을 택하게 되었을 수 있다.

스너글러(sunggler)
외로운 상대를 찾아가 껴안아 주며 심신의 위안을 주는 이색 직업이다. 껴안아주는 것 외에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영어 단어 snuggle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snuggle의 뜻은 단순히 껴안은 것을 넘어 파묻히는 정도를 의미한다.

 

스너글러 활동을 하던 중 만난 70대 갑부 할머니 '마거릿'이 세 번째 결혼의 주인공이다. 예전 아시아계 남편이 있던 그녀는 장에게 그를 투영하면서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킨다. 장은 그녀와 결혼하면서 영주권을 획득하려고 한다. 서로가 의미 있는 만남, 결혼을 하는 셈이다.

 

그렇게 영주권을 획득하고 싶을까

 

같은 남자로써 생각해보자. 데이비드 장. 당신도 분명 사랑하는 여자 데이지가 있다. 그녀는 이걸 원치 않았다. 뉴욕에서의 성공, 불법체류자 신분을 떼고 싶은 마음, 아버지의 죽음, 데이지의 부상 등 여러 사건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 선택을 충분히 이해한다. 70대 할머니와 결혼을 결심했다는 것만으로 당신의 뜻은 확실하게 보였다. 하지만 난 이 결정을 존중하기는 어렵다. 사랑과 결혼이 성공의 수단이 된다는 것. 이 자체를 두고 봤을 때 얼마나 처참한가. 합의된 관계이기에 더 부정하고 싶다. 진지한 잣대를 대는 내가 잘못된 건지, 욕망의 수단이 잘못된 건지, 어쩌면 그 어느 것도 잘못된 것이 아닐지는 모르겠다. 

 

나 같으면 뉴욕의 삶에 대해 환멸감을 느끼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것 같다. 그 상태로 한국에 돌아와도 크게 달라질 것 없는 지옥 속 삶의 연장이겠다. 그래도 최소한의 삶은 유지할 수 있지 않겠는가. 스너글러. 말이 좋아 직업이지 몸 파는 사람들과 같이 분류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아직 일본과 같은 정서 개방이 쉽지 않은 땅이다.

 

최악의 결말을 맞이하다

데이비드 장 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결말을 맞이했다. 자신이 원하는 건 얻고 귀찮은 것들은 다 해치워졌다. 내 입장에서는 최악의 결말이다. 이런 사기꾼은 쫓겨나는 수준이 아닌 감옥에 들어갔어야 한다. 마거릿 아들도 마찬가지다. 장이 마지막에 소설을 쓰며 사랑을 운운하는 모습이 가관이다. 내로남불의 주인공이 자신의 모습을 합리화시키는 사이코패스의 모습으로 보였다. 

 

이번 책을 읽을 때 일부러 주인공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내 관점에 더 집중해서 봤다. 매번 책을 읽을 때마다 주인공과 작가의 의도에 내 주장 없이 동화되었다. 그 모습을 벗어나보고 싶었다. 이 소설의 내용을 뉴스에서 봤다고 생각해보면, 내 주변에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보면 충분히 이런 욕을 하고 싶지 않았을까? 더한 일이 많아서 걱정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