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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다녀왔습니다 윤주희 독후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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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라는 틀 안의 희생자

언젠가 장모님, 이모님과 대화하면서 분개한 적이 있다. 대화 내용은 이랬다. 이모님께서 젊었던 시절, 출산 후 산모들이 있는 병실에서 어떤 시어머니가 대성통곡을 했다. 이유는 딸을 낳아서. 산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아기를 낳았지만 죄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향후 시집살이가 안 봐도 뻔했다. 한편으로 장모님은 어린 나이에 시집 가 아이를 낳았지만 아들을 낳았다는 이유로 당당한 마음까지 들었다고 한다. 지금 들으면 어이없는 이런 상황들이 조선시대도 아닌 불과 몇십 년 전에는 당연했다. 당연하고 익숙했던 문화였다. 그 문화 속에서 시퍼런 말과 행동이 오갔다.

 

이 책의 주인공도 당시 문화와 정서의 피해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렸을 적, 불륜을 저지른 아버지가 어머니와 어린 나이의 딸을 버리고 다른 여자에게 갔다. 어머니와 본인은 외갓집에 살다가 젊었던 어머니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다. 새 남편은 아내의 자식을 자신의 집에 들이는 걸 싫어했다. 당시 문화가 그랬다. 이혼, 재혼도 손가락질 받는데 더군다나 애까지 딸린 상태라면 세상의 멸시를 받게 될 것이다. 새 남편도 인간된 마음으로써 아내와 자식의 생이별을 진심으로 원하지는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 문화는 이런 개인의 연민마저 꺾을 수 있는 위대한 힘을 갖고 있다. 그렇게 어린 딸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갈 곳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네덜란드로 입양 보내진다. 소풍 가는 줄 알고...

 

정체성을 찾기 위한 끝없는 혼돈

 

우리는 살면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한다. 자국에서, 자신의 문화권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조건, 비슷한 환경, 비슷한 사고방식들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커나가는 사람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땐 수많은 혼돈이 찾아온다. 그 시기가 대표적으로 사춘기가 있다. 요즘은 학창 시절을 넘어 성인 때도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의 질문들을 던진다.

 

하지만 자신이 버려졌다는 느낌을 받고 존재의 심각한 훼손을 입은 사람은 얼마나 큰 혼돈이 찾아올까. 부모라고 부르지만 제대로 된 관계가 아니라고 느껴지는 불안정한 심리, 모국이라고 찾아갔지만 막상 거기서 녹아들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봤을 때의 괴리감, 제2의 모국에서조차 심각히 흔들리는 정체성 혼란에 더 큰 부작용이 안 생긴 게 다행일 정도다. 거기에 양아버지의 성적 학대는 주인공의 단단한 성장을 훼방케 했다.

 

책을 읽다 보면 당시 저자가 느꼈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상당히 고통스럽다. 입양 갈 당시 모습을 상상하며 눈물 흘려지고, 폭식증으로 괴로워하며 자신을 자학하는 모습에 중간중간 책을 덮기도 했다. 폭식증을 이겨내려고 도전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응원하다가 다시 포기하는 모습에 답답해 화가 나기도 했다. 본인은 얼마나 속상하고 억울했을까. 미래에 사는 나는 과거로 차원의 이동을 하며 당시의 주인공 옆에서 응원하게 된다. '제발 잘 회복되게 해 주세요.'

 

현재 그녀는 뭐하고 살까라는 궁금증을 남긴다. 이 책은 2007년 7월에 한국어로 나온 책이다. 이전에 네덜란드에서 이미 베스트셀러로 인정받고 넘어온 책이다. 2021년 '제5회 한민족 이산 문학 독후감 대회'에 나왔던 여러 대표 도서 중 하나이다. 공모전 대회에 출품할까 했지만 여러 이유로 이렇게 블로그에만 글을 남긴다. 지금쯤 저자는 한국에서 자신의 회복을 넘어 남의 상처도 치유해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갖고 응원하는 마음을 간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