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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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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단번에 눈에 띈 책 <지구 끝의 온실>이다. 알록달록하면서 신비로운 느낌이 나는 디자인이다. 울룩불룩한 겉표지의 촉감은 신비로움을 더 했다. 나중에 책을 다 읽고 이 겉표지가 작품 속 배경을 잘 나타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접근을 겉표지로 인상 깊게 되어 접근한 적은 처음이다. 마케팅에 홀딱 넘어갔다. 보통 이렇게 넘어간 경우 책 자체 내용은 별로일 때가 있는데(기대감이 커서 더 그럴 수 있다) 이 책은 내용마저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장르였고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초반에는 약간 전개가 답답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보통 책을 열면 중도하차를 어지간하면 안 하는 나는 끝까지 읽기로 마음먹었다. 뒤에 뭔가 한방이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도 내가 책을 붙들게 해 줬다. 1장은 주인공 아영이 모스바나라는 식물에 대해 연구하는 모습과 더스트 시대 이후의 삶 속에 모습을 그려주고 있다. 2장은 프림 빌리지라는 더스트 시대에 모스바나와 관련된 돔 바깥에 존재하던 마을과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3장은 1장과 2장의 내용이 합쳐져 마무리를 짓는다. 나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오기 전, 조사 단계와 프림 빌리지의 등장을 알기까지의 과정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뒤의 이야기를 받침 해주기 위해 꼭 필요한 스토리 었지만 이상하게 그렇게 느꼈다. 개인 성향이 반영된 후기이니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프림 빌리지의 이야기와 마지막에 더스트 시대 이후의 인간의 재건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 상황과도 뭔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더스트 시대가 더 심각하고 많은 인간이 죽으며 성악설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의 인간의 대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구 끝의 온실>에서 그려낸 위기 속 인간의 모습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희망의 인간 모습보다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이 더 익숙한 건 슬프게도 현실에서 그렇게 느낀 적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종교와 철학, 법과 제도는 이런 악한 인간의 모습을 다스리고 정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인간 모두가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는 사람들이었다면 저런 것들이 필요했을까. 더스트 시대도 도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인간의 수는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아졌다. 지구는 일방적으로 인간에게 이끌려가고 있다. 인류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순간 지구는 멸망의 길로 쉽게 들어설 수 있다. 자연은 인간에게 경고를 날리고 여러 방법을 통해 위기의식을 심으려고 하지만 인류는 눈치를 채도 개선하지 않는다. 감히 행동으로 과감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 순간의 위기만 넘어가면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게 사람이다. 코로나 시대도 더스트 시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본다. 위기를 만든 주체를 통제할 수 있다면 다시 인간은 같은 삶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또 많은 희생을 통해 그 위기를 극복해 낼 것이다. 극복하지 못하면 모두가 종말을 초래할 테지만 말이다.

 

극복해 낸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과정 속에서 수많은 희생을 초래한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했다. 식물과 환경으로 활용한 소설의 소재보다 나는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에 대해 더 집중할 수 있던 책이었다. 김초엽 작가 작품을 처음으로 접했다. 재밌게 읽은 만큼 김초엽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