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고상한 친구들과 고상한 취미라고 할 수 있겠다. 대학교 때의 친한 친구들 만나면 술 먹고 노는 것보다 맛집 가고, 카페 가고(여기까지는 누구나 그렇겠지?), 독립 서점 가는 것이 좋다. 놀러 가는 지역을 가면 그 지역의 독립 서점을 찾아간다. 옛날부터 그래 왔던 건 아니지만 독립 서점이 지역마다 자리 잡기 시작하고 문화가 서서히 퍼질 때 우리는 그 문화에 대해 반가워하며 편승했다. 코로나와는 거리 둬도 책과는 거리두기를 안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서로 공유한 순간 자연스럽게 독립 서점을 찾아갈 수 있었다.
항상 친구들과 가는 것만은 아니다. 내가 사는 지역은 소규모 지방 도시다. 제대로 된 독립 서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갈증이 더 생긴다. 다른 지역에 놀러 갈 때, 특히 도시를 가면 꼭 독립 서점이 있는지 검색해본다. 자주 관심을 가지게 되다 보니 내 머릿속에서 가끔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나도 독립서점 해볼까?’
그런 생각을 늘 갖고 있지만 회사를 다니기도 하고 뭔가 도전하기에는 막막한 종목이기에 정보만 수집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연초에 기회가 생겼다. 회사를 그만두고 할 생각은 아니고 소소하게 부업처럼 꾸려나갈 공간으로 만들어나갈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좀 더 생동감 있는 조언을 얻기 위해 이 책을 구입해서 봤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보길 잘했다는 생각과 독립 서점을 아직 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맨 마지막에 인터뷰하신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책방지기 말고는 다들 책방 오픈에 대해 만류하는 입장인 것 같다. 책방 운영에 대해 어려운 점은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워낙 많이들 하는 말이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더 강하게 다가온 이유는 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보고 제대로 겁을 먹게 됐다. 과연 나는 잘 버텨나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독립 서점을 차리면 거기에 올인해도 성공할까 말까, 아니 생존할까 말까의 문제로 넘어가는데 부업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백퍼 망하겠다 싶다. 과거 맛보기식으로 많은 일을 벌여왔던 입장으로 이번에는 그렇게 모아놓은 돈과 시간을 소비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이상하게 기존 책방을 하시는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쉬움이 덜한 사람이 가지는 괜한 죄책감처럼 말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글 콘텐츠에 대해 호감인 나는 이 문화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파는 사람도 많고 사는 사람도 많으면 더 질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책 읽기는 비주류 문화로 밀려났다. 필요에 의하지 않으면 잘 찾지 않는 것 같다. 요즘은 원체 재밌는 것이 많은 세상이기에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그런가 싶다. 아쉽다. 책을 써본, 그리고 쓰고 있는 입장에서 책 쓰는 행위에는 많은 품이 들어가는 것을 안다. 정성과 시간, 애정이 잔뜩 들어간다. 그 작품들이 남으로부터 읽히고 공유되어 진다고 생각하면 짜릿하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아니고의 문제와는 별개다. 하지만 요즘은 독서가 취미라고 하면 별종이라 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무시는 아니지만 굳이 그런 취미를 갖고 있냐는 듯한 느낌이다. 피해 의식일 수 있는데 독서가 취미라고 밖으로 밝혀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이 책의 서점 주인들은 고민을 각자 가지고 있다. 공통된 주제도 있지만 다른 주제도 있다. 어떤 분은 임대 기간이 만료되면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요즘은 자영업자들이 다 힘들 텐데 안 그래도 원가가 바닥인 책 장사는 얼마나 힘들까. 안쓰럽고 속상하다. 책 팔아서 먹고 살 수 있는 날이, 아니 먹고 살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오늘도 고군분투하시는 사장님들을 응원한다.
2022.04.15 - [Review/독후감] -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 독후감, 리뷰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 독후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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