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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독후감, 책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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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름 작가의 이 장편소설을 읽기 전에,

속독으로 읽기엔 아까운 책이다.
천천히 음미하듯, 소설 속 각자 캐릭터의 상황과 고뇌를 공감하면 어떨까?
쉽게 교감이 가능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빈번히 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 나오는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일 사람이 분명 많을 거다.

 

 

이번엔 서점이다.

이 책을 홍보하는 글 중에 이런 글귀를 봤다. <잡화점, 백화점 … 이번에는 서점이다!>. 정확히 이 멘트인지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뉘앙스다. 그다지 반가운 홍보 글은 아니었다. 각자 주는 장소에 담긴 의미가 다를 텐데 마치 작가가 일부러 책 팔기 위해 특정 장소를 선정한 듯한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별 의미 없이 지나갈 수 있겠지만 나는 이상하게 꽂혀서 계속 되뇌었다.

 

아, 홍보 글을 비난하고자 꺼낸 말이 아니다. 별 의미 없이 지나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특별히 인지 못 하고 지나가는 것, 그저 흘러가는 것은 우리 인생에 자주 있는 일이다. 오히려 무언가를 캐치해 곱씹어보는 일은 손에 꼽는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사회 문화도 한몫한다. 특히 젊고 힘이 넘칠수록 삶의 흐름에 대해 무뎌지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가 충분한 사람들은 현실에 더 열중한다. 부작용으로 나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진짜 내 모습과 사회가 만들어준 내 모습 간의 거리감을 느꼈을 땐 꽤 허무하고 허탈하다. 영원한 건 없다. 힘이 빠지면 건전지처럼 방전이 찾아온다. 비로소 그때 내 모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보통 우리네 모습이다.

 

 

우리 곁에 있는 휴남동 서점 사람들

휴남동 서점의 사장 영주, 취업 준비를 포기하고 잠시 바리스타로 일하는 민준, 방황하는 사춘기 고등학생 민철, 그의 엄마 희주, 뜨개질로 시간을 때우는 정서, 로스터 지미, 날카로운 작가 승우 등 다양한 상황에 놓여있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와 이 사람들을 쉼 없이 쭉 나열하다니! 내 주변에 있는 진짜 사람들 같다. 독서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 이게 책과 하나 된 느낌이란 건가)

 

이들 모두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볼 수 있을 법한 사람들이다. 아니면 내 이야기를 대변해주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휴남동 서점 사람들은 관계 속에서 내면의 고찰을 통해 상황을 풀어간다. 우린 수많은 채찍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성공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세상에 답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꿈과 행복을 찾는다. 마치 날 위해 준비된 꿈과 행복이 있는 것처럼 찾는다. 그렇게 뭐든지 열심히 한다. 쉬면 게으르다고 느낀다. 멘탈이 무너지면 그대로 좌절한다. 나약함이 싫다. 주저함이 싫다. 하지만 주저하고 있다. 이 괴리감이 역설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떨 도리가 없다.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식으로 자신을 느꼈을 것이다. 아무리 백수여도 백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있다. 생각 없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많은 사람에게 공감되는 책일지 모른다.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뭔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는데 대신 말해줘서.

 

천천히 음미하면 좋은 책이다. 특별히 판타지 요소가 들어가서 기분을 띄워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우리 이야기다. 공감하고 이야기 들어주고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따뜻해진다.

 

나를 보게 된다. 나는 내 고민과 삶의 패턴에 있어 얼마만큼 익숙한 사람인지, 어떤 고민이 있지만 무조건 누르고 사는 사람인지, 특별히 스스로 목표를 정해놓고 거기에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사람인지 생각하게 된다. 답을 찾으려고는 하지 않겠다. 살면서 느껴지는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느껴보려 한다. 이 책은 내게 여유를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