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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독후감, 책 리뷰,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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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에는 약간의 스포가 들어있습니다.
읽을 때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장기하가 부러웠다.

최근에 장기하의 <공중부양> 앨범 수록곡들을 들으면서 감탄했다. 본인만의 음악 색깔을 잘 표현하고 이상하게 중독성까지 있다. 나도 다시 음악을 하게 된다면 남들이 제시하는 소위 노래 잘 부르는 기준(예를 들면 고음 잘 지르기 등)을 따라가려 하지 말고 내 색깔을 나타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러웠다. 나도 만약 취미로 도전했던 작곡을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어렵고 힘들어도 계속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니 보다 더 어렸을 때 현실적인 타협을 하지 말고 주구장창 내 길을 팠으면 난 지금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까. 괜한 비교하는 상상하는 덕에 약간 우울한 하루가 조성됐다.

 

기가 막힌 타이밍

난 책을 고르는 방법이 단순하다. 책 표지가 예쁘거나 뭔가 제목으로 확 끌리면 고른다. 마케팅에 쉽게 넘어가는 스타일이다. 소설이면 더더욱 쉽게 고른다. 현실의 굴레를 벗어나게 해주는 소설이 참 좋다. <지구 끝의 온실>도 비슷한 이유로 골랐던 기억이 난다. 표지가 참 예뻤다.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독후감

서점에서 단번에 눈에 띈 책 <지구 끝의 온실>이다. 알록달록하면서 신비로운 느낌이 나는 디자인이다. 울룩불룩한 겉표지의 촉감은 신비로움을 더 했다. 나중에 책을 다 읽고 이 겉표지가 작품

gyeumbro.tistory.com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현재 내 삶에 대해 불만족스럽거나 선택의 연속인 삶 속에서 죄다 꽝을 골랐다고 자책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나는 우울증에 걸리거나 극단적으로 내 삶에 대해 부정적이지는 않은데 남들이 하는 어느 정도의 비교나 후회를 가끔 한다. 특히 소비가 많은 달 내 낮은 월급을 볼 때, 뭔가 나만의 작품을 내고 싶거나 나만의 삶을 만들어가고 싶은데 막상 현실은 안정성을 포기 못 할 때, 내 장점은 보이지만 그걸 어쩔 수 없이 죽이고 있다고 느낄 때 등 여러 순간에서 잠깐의 후회를 한다. 장기하 앨범 듣고 드는 생각도 마찬가지다. 그런 생각들이 잦아지려 할 때 나는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는데 마치 잘 들어보라는 식으로 찾아왔다.

 

엇 어디서 많이 보던 구성인데

 

 

자신의 현재를 과거로 돌아가 바꿀 수 있고 선택을 수정할 수 있는 그런 구조. 어디서 많이 봤는데. 영화 <나비효과>, <어바웃 타임> 등에서 사용하던 장치다. 사람은 (현재 기술력으로) 절대 과거로 돌아가서 자신의 선택을 수정할 수 없다. 후회하더라도 ‘나중에 다시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교훈을 얻는 정도다. 그래서 이런 장치가 더 신비롭게 느껴진다. 간절히 원하게 된다. 나도 과거로 돌아가 내 선택을 수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완벽하지 못한 존재의 완벽한 바람이다. 이 책도 그 심리를 이용했다.

 

작가는 죽고 싶은 노라가 다시 살고 싶은 사람이 되기까지 수없이 많은 선택을 가능하게 설정했다. 노라는 자정의 도서관에 도착해서 자신의 후회스러웠던 순간을 수정했다. 수정된 삶에서 크게 만족하지 못하고 정착은 못 하지만 시도할 때마다 경험을 통해 교훈을 얻는다. 살아봐야만 안다는 말이 크게 다가온다. 나중에는 후회를 넘어 새로운 조건을 창조해 그 삶을 살아보기도 한다. 마지막엔 자신이 최종적으로 만족스러운 삶을 만나지만 이상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중도에 끼어든 삶이기 때문에. 자신이 이룩했던 결과가 아닌 다른 노라가 이룬 삶에 숟가락만 얹혔기 때문에 그녀는 행복했지만 불안했다. 그녀의 삶에 남아있는 양심은 깨끗했다.

 

예상대로 흘러갔지만, 만족스러운 마무리

난 책 초반부터 그녀가 결국 자신의 원래 삶에 돌아가서 다시 살아갈 마음을 먹고 잘 살아갈 것을 예상했다. 소설이나 영화를 많이 보면 집히는 감이라는 게 있는데 보통 들어맞는다. 노라는 죽던, 살던 자신의 인생을 결정해야만 했다. 살아도 자신의 삶을 만들어야 했다. 또 그렇게 하기를 내심 응원했다. 노라가 여러 삶에 끼고 살았던 우울증이라는 병에 집중하고 싶지 않았다. 우울증을 겪어보지 못한 입장에서 함부로 판단하기 어려웠고 삶에 대한 불만족이 우울증의 근원이라고 단정하기도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냥 노라 그 자체를 응원했다. 우리도 노라처럼 후회해봤고, 다른 삶을 꿈꿔봤고, 다른 사람의 삶의 목표를 내 삶의 목표처럼 생각해 본 적이 있으니까.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내 삶을 바라보며 ‘어쩌면 내 삶도 누군가에게는 부러울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보려 한다. 잘 들어보니 장기하가 이렇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부럽지가 않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