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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심판 책 독후감, 줄거리 (베르나르 베르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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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저자의 단편 소설집 <나무>를 읽었다. 당시에 장편 소설을 접하고 싶어서 담아뒀던 <심판>을 이제야 읽었다. 극본 형태로 적혀있는 이 작품은 주인공 4명의 대화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극을 보는 듯한 상상이 가능하다. 알고 보니 희곡이었다. 새로운 느낌을 받아 신선했다.

 

 

책 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독후감

 처음으로 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집이다. <개미>, <파피용> 등 장편소설을 쓴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흔히 접했었는데 이번에는 이렇게 단편으로 접하니 새로웠다. 책 처음 부분에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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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판사였던 아나톨 피숑, 그의 변호인 카롤린, 검사 베르트랑, 아나톨 피숑의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판사 가브리엘. 각자의 설정이 재밌다. 카롤린과 베르트랑은 전생에 부부였지만 끝이 그리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브리엘도 신의 위치에 있지 않다. 난 당연히 재판을 맡은 자는 신이라고 생각했는데 중간에 이런 편견을 깨는 부분이 나온다. 신에 관한 언급을 하면서 신이 과연 있을까, 없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 모습은 재판이 이뤄지고 있는 곳조차 마지막 세상이 아닌 또 하나의 차원 속에 존재하는 세상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신선하다고 느꼈던 건 이들의 윤리적 가치관이다. 현재 세상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 사후 세상에서는 평가가 다르다는 걸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아나톨 피숑의 사랑이다. 그는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지 못하고 현실 조건에 맞게 아내를 만났다. 꾸준히 좋아했던 사람을 선택하지 못한 이유는 클럽에서 잠깐 눈 맞아 실수로 아이를 가져버리는 바람에 현재 아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선택한 건 베르트랑 기준에서는 문제였다. 현재 세상에서는 자신의 실수에 대한 책임감 있는 모습일텐데 말이다. 심지어 베르트랑은 아내의 외모를 두고 시비 건다. 아내가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공격을 하는데 꽤 나름 논리적으로 꼬집는다. 그런 평가에 등장인물 모두가 동요되는 모습이 참 가관이었다. 마지막 즈음에 다시 후생을 선택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러 부모 후보군이 나오는데 거기서도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가 나타난다. 변호인 카롤린마저 피고인의 편함과 행복보다는 다음 생이 끝나고 재판에서 유리한 결과를 받기 위해 온갖 악조건을 좋은 선택인 것처럼 표현하며 아나톨 피숑을 설득한다. 역시 사람은 기준과 시점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가치와 평가가 모두 다르다는 걸 알게 하는 대목이었다. 내가 이 책에서 느낀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사람이 죽어서 심판을 받는다는 건 많은 종교, 전래적인 이야기에서 나타나는 흔한 구조다. 옛날 옛적 대륙 간의 통신과 소통이 존재하기 어렵던 시절에 형성된 사후 세계관이 공통적인 부분이 많은 걸 보면 정말 사람은 죽어서 어디론가 가는 존재인가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우리는 그곳을 확실히 알 수 없다. 죽어서 이 세상으로 다시 돌아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존재여도 이전의 기억이 없으니 확언할 수 없다. 이렇게 불확실하면서 신비로운 곳이라서 사람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사후에 관한 신비는 수많은 이야기를 낳았다. 이 <심판>의 소재도 그렇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용될 소재다. 예전에는 이런 신비감을 가진 이야기가 사람들을 통제하는 목적으로 활용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기엔 사람들이 너무 똑똑해졌다. 뻔한 소재여도 활용하기 나름이니 향후 나올 똑똑해진 사람들의 작품들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