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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아몬드 책 독후감,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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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는 감정표현 불능증, 알렉시티미아(Alexithymia)

이 책의 주인공 윤재는 감정표현 불능증을 겪는 아이다. 난 이 병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겪는 개인이 어떤 감정이고 생각일까 감히 추측하기 힘들다. 편도체 크기가 정상보다 작으면 두려움이나 공포를 느끼지 못하고 정서적 장애를 겪는다고 한다. 그 크기가 ‘아몬드’만 하다고 책에서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아몬드라 부른다.

 

실제 이런 문제를 겪는 사람의 사례를 본 적이 없어 현실 세계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지 모르겠다. 작품 속 윤재는 두려움, 공포뿐 아니라 다른 정서 교감에 있어 전반적으로 제대로 느끼질 못한다. 로봇과 비슷하다. 시리나 빅스비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면 형식적인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AI가 내 마음을 완전히 공감해주고 이해해줄 거란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럴 수 없는 존재기 때문에. 윤재와 같은 경우 상황이 정반대다. 윤재는 사람이다. 공감해주고 정서 교감을 할 수 있는 존재라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할 수 없는 존재다. 윤재의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를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고 이상하게 취급하는 것은, 당연한 걸까?

 

자연스럽게 비추는 사회 문제

소설 속에서 극단적인 상황들이 많이 나온다. 마치 영화 <국제시장> 주인공이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독일 파견까지 다 겪는 것처럼 윤재 주변에도 극단적이지만 현대 사회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이 벌어진다. 집단 폭력으로 인해 가게 아저씨 아들이 죽는 사건, 사회 부적응자가 묻지 마 살인을 저질러 할머니가 죽고 어머니가 중상에 빠지는 사건, 소년범과 건달의 교사 행위 등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축약해서 보여준다. 한결같이 사건마다 윤재는 두려움을 느끼지도 않고 슬퍼하지 않는다. 아니할 수 없다.

 

 

 

사랑, 결국 사랑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할머니는 그의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해 아몬드를 먹이고 온갖 교육을 진행한다. 감정에 대해 교육하고 상황에 따라 반응하는 법을 가르친다. 다행히 지적 능력은 떨어지지 않아 데이터를 뇌에 입력하듯이 습득한다. 소설 <아몬드>의 핵심 메시지는 이 가정에서부터 나온다. 이상하다고 그를 나무라고 밀어내는 것이 아닌 할머니 말마따나 ‘예쁜 괴물’로 인정하고 받아준다. 가능성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키워낸다. 사랑으로 아몬드를 키워주려 한다.

 

윤재 또래의 곤이 캐릭터가 나온다. 곤이는 어렸을 적 사연으로 엇나가게 커 소년범인 학생이다. 곤이는 자신의 약함을 감추기 위해 세 보이고 싶어 한다. 일부러 큰 소리로 욕하고 주변을 위협한다. 하지만 윤재는 그러는 곤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곤이가 무반응, 무감각한 윤재를 신기해한다. 내심 부러워했을 수 있다. 진짜 세 보이니까.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세상을 크게 신경 쓰지 않으니까. 나중에는 역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가 오히려 소년범 곤이를 위로하고 구해주는 존재가 된다. 두려워할 줄 안다면 감히 못 할 행동이다.

 

최종적으로 윤재의 아몬드는 조금 성장했다. 아몬드가 성장하기까지 경험은 본인뿐 아니라 주변을 더 성장시켰다. 책 마지막에서는 괴한에게 도끼로 머리를 맞은 엄마가 깨어나고 그 품 안에서 윤재가 눈물 흘리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뻔한 클리셰를 넣었다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윤재가 이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됐다는 모습을 나타내기에 가장 어울리면서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난 생각한다. 아몬드 성장의 최고의 영양제는 결국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