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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재능의 불시착 독후감, 책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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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모아놓은 책 아닌가요?

총 8편의 단편을 모아놓은 책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로 모아놓은 책인 줄 알았다. 그만큼 생생하다. 빌런들에 대한 묘사가 끔찍하게 잘 되어 있어서 실제로 내가 당한 일처럼 화난다. 특히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가 된다> 편에서 유치원 교사인 주인공을 괴롭히는 A 어린이의 부모가 압권이다. 이 순간만큼은 박소연 작가님도 어떻게 복수를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셨던 것 같다. 결국 ‘소설에서’ 가능한 사건을 발생시키고 그를 활용해 ‘소설답게’ 일을 풀어냈다. 하늘이 도와야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다.

 

이 책의 단편 대부분 답답한 사연을 품고 시작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시원하게 풀어주려고 노력한다. 안 그래도 현실 속 불시착한 영혼들이 읽는 책에서 답답한 풀이를 제공하면 희망조차 뿌리 뽑는 행위일 테다. 홍길동이 잡혀서 고문받고 죽는다는 이야기로 진행되었다면 진작 세상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소설, 드라마, 영화 등은 현실의 답답한 속을 긁어주는 역할을 갖고 있다. 내가 싫어하는 류가 끝에 갈수록 지지부진하고 예술의 가치를 위해 희생과 비극적인 모습을 나타내는 작품이다. 다 읽고 나면 허탈하다. 물론 비극과 슬픔 속에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하다. 작품 제작자에게 감나라 배나라 할 수 없다. 그러나 과정 속 패배를 통해 배우는 게 있다고 해도 지는 경기 보고 싶은 관중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내 개인적인 성향이 그렇다.

 

나의 재능은 불시착?

제목을 보아하니 예전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이름을 따온 것 같다.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주인공이 북한으로 불시착한 그 드라마. 말도 안 되는 그런 일이 우리 삶에는 만연하다. 내 재능, 우리의 재능은 세상 속 아무렇지 않게 아무 곳에나 꽂히고 있다. 예전에 이런 농담한 적이 있다. 엄청난 투자를 하지만 온갖 비리로 인해 제대로 된 인재를 양성 못 하는 중국 축구를 비판하는 글을 보고 난 후다. ‘아마 저 나라에서는 호날두가 농사짓고 있을 거야.’ 농부 비하 발언 아니다. 그만큼 사람도 많아 인재 찾기 어려울 텐데 사회에 비리까지 만연하다니 자신이 호날두인지도 모를 걸 이야기한 거다.

 

 

나의 재능은 무엇일까? 있기는 할까? 중요한 건 자신의 재능을 알고 있냐 모르느냐의 차이다. 대부분 모른다고 본다. 아는 사람은 부럽다. 난 어렸을 때부터 끝없는 고민을 하고 있다. 만성적으로 불안하다. 나는 뭘 잘하는지, 재능이 무엇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른다. 그러니 내가 현재 불시착한 상태인지, 안착한 상황인지, 호날두인지 농부인지 모르고 있는 형국이다. 주어진 일을 어느 정도 다 잘 해결했던 편이다. 그래서 더 모르겠다.

 

어렸을 때 메이플스토리를 할 때가 기억난다. 직업마다 중요한 능력치가 달라 처음 설정할 때 배분이 중요하다. 정확히 명칭은 기억 안 나지만 예를 들어 전사는 힘이 가장 높아야 하고 마법사는 지혜가 높아야 하는 시스템이다. 주사위를 돌려 확률이 낮지만 중요한 배분을 위해 끝없이 클릭했다. 안 그러면 캐시 아이템으로 설정해야 하는데 그랬다간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기 때문이다. 레벨업을 할 때마다 주어지는 스탯 포인트로 중요 능력치를 높이면서 캐릭터를 완성해나갔다. 현실 속의 난 나의 중요 능력치가 무엇인지 몰라 이것저것 다 찍은 느낌이 난다. 실제 세상에서는 균형 있게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가끔은 필살기도 있고 싶다. ‘나 이런 거 잘해요!’ 당당히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뭔가를 알아야 앞으로 갈 텐데 갈 길이 멀다고만 느껴지고 한 발짝도 제대로 못 나가는 심정이다. 이 상황이 불시착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가 저 좀 구해줄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