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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1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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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정신 병원의 모습 또는 상담하는 모습을 보긴 했어도 이렇게 적나라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적어둔 경우는 처음 봤다. 자신의 우울함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용기 있는 모습에 감탄했다. 작가는 자신의 상담을 병원 의사 선생님에게 허락을 구하고 녹취했다. 녹취한 내용을 글로 써 책으로 냈다. 누군가 내 목소리를 녹음하거나 장면을 촬영한다고 하면 당황스럽거나 긴장하기 나름이다. 의사 선생님도 그렇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마지막 인터뷰에서 그렇다고 하신다. 전문가라 그런지 전혀 영향이 없는 듯해 보였다.

 

작가에게 고마웠던 점은 병원에 대한 벽을 낮춰준 부분이다. 우울함으로 인해 병원을 찾아간다는 것이 아직 많은 이들에게 쉽지 않은 결정일 수 있다. 확실하지 않은 증상에 단순한 감정 상태로 치부하고 넘기기 쉽다. 내가 우울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도 본인이 우울함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이유의 자책감에 휩싸일 수 있다. 내가 만약 우울감에 빠져있다면 난 스스로 약한 존재라고 자책하고 낙담할 것 같다. 우울한 감정에 빠져있다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찰 것 같다. 그럴수록 더 나를 몰아세우는 행동이라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안다. 상황을 잘 헤쳐나갈지 미지수다. 막막함은 분명 찾아온다. 이럴 때 남의 세세한 경험은 큰 도움이 된다. 작가는 이래라저래라 독자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끊임없이 말한다. 다짐한다. 이런 다짐을 갖는 작가의 용기가 읽는 이에게 빛이 된다.

 

 

난 아직 병적인 우울감의 경험이 없다. 정확하게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른다. 어린 시절 우울증이라는 단어조차 몰랐다. 커나가고 세월이 흐르니 우울증, 조울증, 공황장애 등과 같은 심리 관련 병세를 매스컴이나 사회 속에서 점차 듣기 시작했다. 처음에 자신이 그런 증세라고 판정받은 사람들은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 안 그래도 성장 위주 배경의 대한민국 문화였으니 약육강식이라는 생각이 뿌리 깊었을 것이다. 심리적으로 아프고 우울하면 본인이 약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전문적인 처방보다 그저 자신을 채찍질하기 바빴다. 이런 사회 풍조에서 나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병원 가서 전문의의 상담 받는 걸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는다. 오히려 아플 때 방치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한다. 이런 변화가 다행으로 느껴진다.

 

이 책이 1편, 2편으로 나뉘어 있는지 몰랐다. 열심히 읽다가 갑자기 끊겼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적는 백세희 작가의 후일담이 기다려진다. 좋은 쪽으로 분명 변화가 있을 것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분이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