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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조지 오웰 1984 독후감,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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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책을 비교했을 때 번역이 원서 느낌을 잘 반영한 것 같아 소담출판사 책으로 읽었다.

 

 

사회주의 폐단을 저격하는 사회주의 작가 조지오웰이 마지막으로 낸 작품 <1984>를 읽었다. 왜 하필 수많은 년도 중에 1984년을 특정했을까. 가장 힘이 실리는 주장은 책을 쓰기 시작했던 1948년의 뒤 숫자 두 글자를 바꿔 ‘1984’로 지었다는 설이다. 조지 오웰은 한국전쟁이 일어나기도 전인 1950년 1월에 사망했는데 마치 사회주의 국가들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이라도 한 듯 적었다. 이미 스탈린과 그의 당이 소련을 지배할 때의 모습을 보고 예측은 충분했는지 모른다. <1984>가 나오기 전에 출간된 <동물농장>에서도 조지 오웰의 생각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2022.04.12 - [Review/독후감] - 동물농장 (조지 오웰) 책 독후감, 줄거리 배경

 

동물농장 (조지 오웰) 책 독후감, 줄거리 배경

꼭 어느 나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읽을수록 특정 나라와 인물이 생각난다. 역사 속에 수많은 독재자가 있지만, 특히 현대의 독재자들이 생각난다. 우리나라는 종전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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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는 디스토피아(유토피아의 반대 : 전체주의 정부로부터 감시, 통제되는 사회를 주로 뜻함)의 배경을 깔고 있다. 세계는 유라시아, 오세아니아, 동아시아로 세 개의 국가로 나뉘어 있다. 오세아니아는 미국이 영국 연방을 흡수하고 영국 식민지였던 오세아니아 지역과 아프리카 대륙까지 흡수한 모습이다. 유라시아는 소련 일대와 유럽 대륙이고 동아시아는 중국, 한반도, 일본 등 포함하고 있다. 소설 속에서는 사회주의, 자유주의 구분 없이 각 국가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비슷한 형태로 나타냈지만, 작가는 아마 냉전 시대의 장기화를 예견하고 서로 밀고 밀리는 관계를 추측했던 것 같다. 실제로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결 이후 1950년 한국전쟁이 있었고 1960년대에는 베트남 전쟁이 있었다. 세계대전 규모는 아니었지만 사회주의와 자유주의의 충돌로 여러 국가의 참전이 잇따랐다. 한쪽의 패망은 즉 사상의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다행히 세상은 전쟁보다는 평화를 추구했고 세계는 나름 그 방향으로 흘렀다. 한쪽이 완전히 없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었어도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나긴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1984>에서의 배경은 사회주의 혁명을 넘어 핵전쟁이 일어나고 그 후 파시즘으로 굳어진다. 소수 독재가 일어나고 ‘빅 브라더’라는 독재자가 발생한다. 특정 인물인 것 같지만 당의 지배를 나타낸다. 모든 것이 당의 지배 아래에 있다. 사회는 계급이 나눠지고 전쟁과 권력 독식으로 가득 찼다. 주인공 윈스턴은 사회의 밑바닥을 형성하는 85%의 프롤레타리아는 아니지만 2%의 상위 내부당원도 아니다. 그 사이에 있는 외부 당원으로 당의 일을 하고 있다. 진실부에 속해서 말 그대로 진실을 조작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윈스턴은 겉으로 표할 수는 없지만 속으로 당의 체제를 반대한다. 소문으로만 있는 형제단에 가입해서 당의 전복을 기대한다. 줄리아와 몰래 연애하고 일기를 쓴다. 모두 당이 반대하는 행동이지만 인간의 기본권을 생각하며 지키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조차 조심해야 한다. 생각은 곧 표정으로 나타나게 되고 찰나의 순간을 사상경찰은 눈치챌 수 있다. 모든 것이 감시되는 세상이다.

 

 

윈스턴은 결국 적발된다. 이 책의 결말은 해피엔딩이 아니다. 오브라이언, 채링턴과 같은 사상경찰의 함정에 빠진 그와 줄리아는 강제로 헤어지게 되고 윈스턴은 고진 고문을 당한다. 겉으로는 당에 순종하는 것처럼 고문을 벗어나나 싶지만, 내면을 들켜 다시 잡혀들어가 최종의 고문을 당한다. 가장 끔찍한 쥐를 피하고 싶어 줄리아에게 씌우려는 자신을 보고 내면마저 무너지고 만다. 당의 목적은 최종적으로 당에 ‘복종’이 아닌 ‘순종’하게끔 만드는 것인데 윈스턴도 그 목적에 맞게 바뀌어버린다. 책의 결말에 왔을 때 보여주는 ‘나도 결국에는 빅브라더를 사랑했던 것이다.’에 모든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국가들이 있다. 시장경제를 띄고 있지만 사실상 전체를 감시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는 우리 이웃 국가들, 대놓고 부자 세습과 독재 체제로 권력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이 있다. <1984>에서 2분 헤이트 시간에 적을 향해 열광하는 대중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 모습을 보며 ‘책 같은 이야기에서나 가능하고 다들 연기하는 거 아냐?’라는 의구심이 드는데 북한 관련 소식을 보면 이와 비슷한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김정일이나 김정은이 나오면 대중들은 어쩔 줄 몰라 온갖 요란법석을 일으킨다. 최근에 보고 충격적인 장면이 있다. 김정은이 코로나에 걸려 고열로 고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죽은 것도 아니고 계속 아픈 것도 아닌데 눈물을 흘릴 정도라니! 빅브라더를 사랑하는 모습이 저런 모습일까. 과연 사상 교육은 쉽게 볼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자유를 넘어 조종이 가능하다.

 

이렇게만 보면 사회주의만 지적하는 것 같은데 조지오웰은 사회주의만 뭐라 하지 않는다. 나치와 같은 전체주의, 파시즘도 반대한다. 멀리서 예시를 찾을 필요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군사 독재 정권 시절 아픔의 역사가 있다. 그보다 비교적 최근에 볼 수 있는 문제로는 대표적으로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사건’이 있다. 정부와 반대되는 메시지를 내거나 눈에 거슬리는 사람들의 명단을 적어 활동을 방해했다. 고문만 특별히 안 시켰지 <1984>에 나오는 당의 모습과 뭐가 다른 건지 구별하기 어렵다. 심지어 반대편 당에게 친북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는 자유주의를 추구한다는 당에서 배출한 정부가 일으킨 일이다. 이런 교훈을 통해 우리는 한쪽으로 쏠리지 말고 객관적 이성을 가지고 판단할 필요를 느낀다. 올바른 자유란 명확한 이성을 바탕으로 생긴다. 정치에 관심 없고 사회문제를 외면하면, 왜 관심이 없는지 이해는 간다만, 1984의 시대는 쉽게 우리 곁으로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