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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작별인사(김영하) 줄거리 및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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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밤하늘 에디션)
『작별인사』 20만 부 돌파 기념 밤하늘 스페셜 에디션 출간! “김영하가 쓴 가장 아름다운 소설-한겨레신문” 김영하가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9 년 만에 내놓는 장편소설 『작별인사』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별안간 삶이 송두리째 뒤흔들린 한 소년의 여정을 좇는다. 유명한 IT 기업의 연구원인 아버지와 쾌적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철이는 어느날 갑자기 수용소로 끌려가 난생처음 날것의 감정으로 가득한 혼돈의 세계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정신적, 신체적 위기에 직면한다. 동시에 자신처럼 사회에서 배제된 자들을 만나 처음으로 생생한 소속감을 느끼고 따뜻한 우정도 싹틔운다. 철이는 그들과 함께 수용소를 탈출하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그 여정에는 피할 수 없는 질문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지 2년이 지나서야 작가는 『작별인사』의 개작을 마쳤다. 420매 분량이던 원고는 약 800매로 늘었고, 주제도 완전히 달라졌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가르는 경계는 어디인가’를 묻던 소설은 ‘삶이란 과연 계속될 가치가 있는 것인가?’, ‘세상에 만연한 고통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 것인가’, ‘어쩔 수 없이 태어났다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로 바뀌었다. 팬데믹이 개작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고, 원래 『작별인사』의 구상에 담긴 어떤 맹아가 오랜 개작을 거치며 발아했는지도 모른다. 그것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마치 제목이 어떤 마력이 있어서 나로 하여금 자기에게 어울리는 이야기로 다시 쓰도록 한 것 같은 느낌이다. 탈고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고를 다시 읽어보았다. 이제야 비로소 애초에 내가 쓰려고 했던 어떤 것이 제대로, 남김 없이 다 흘러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_’작가의 말’에서 전면적인 수정을 통해 2022년의 『작별인사』는 2020년의 『작별인사』를 마치 시놉시스나 초고처럼 보이게 할 정도로 확연하게 달라졌다. 그리고 김영하의 이전 문학 세계와의 연결점들이 분명해졌다.
저자
김영하
출판
복복서가
출판일
2022.05.02

 

 

※ 스포 주의 ※

 

 

인간과 똑같이 생각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든다면 그 로봇을 인간이라 볼 수 있을까?

 

복제 양, 개처럼 사람을 복제한다면 그 클론을 온전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다른 생물과 다르게 영혼이 있는 것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점? 연민과 동정을 포함한 다양한 감정의 소유? 

 

 

이 질문에 수많은 철학자, 과학자, 종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답을 내놨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질문으로 남겨져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철이는 ‘인간처럼’ 만들어진 휴머노이드다. 외형뿐 아니라 감정, 의식 등 모든 면에서 인간과 같게 만들려고 최민수 박사가 고안했다. 철이는 최민수 박사가 자신을 낳은 친아버지로 안다. 최민수 박사는 ‘인간’ 철이가 되게 노력한다. 휴머노이드라는 걸 인식 못하게 하고 인간과 같게 교육하고 성장시킨다. 이렇게 진짜 인간 같 만든 휴머노이드를 이 책에서는 하이퍼리얼휴머노이드라고 부른다.

 

하지만 철이의 아버지는 인간이 호기심의 동물인 점을 간과했다. 철이는 시내에 나가지 말라는 아버지의 지시를 무시하고 바깥세상에 나왔다. 독립은 이렇게 이뤄지는 것인가. 가혹한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철이는 순찰대에 의해 수용소로 납치된다. 정부 지침에 어긋나는 등록되지 않은 휴머노이드라는 이유다. 자신은 휴머노이드가 아니고 인간이라고 외치지만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철이는 억울하게 끌려갔다.

 

남북한이 통일한 뒤, 내전으로 인해 정부는 철이가 살았던 평양 같은 대도시를 제외하고 나머지 구역을 포기했다. 수용소도 그런 곳에 위치했다. 수용소에는 버려진 로봇, 휴머노이드, 복제 인간 등이 갇혀있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인간에 의해 버려진 운명들. 그들 중 인간에 대한 혐오를 가진 자들, 인간 세상에 돌아가기를 원하는 자들, 또는 '자신이 인간인 줄 아는' 자들 등이 섞여 있다. 그곳에서 복제 인간 '선이', 휴머노이드 '민이'를 만난다. 그들은 뭣도 모르는 철이를 위해 텃세로부터 지켜주고 적응하게 도와준다.

 

 

 

그러던 어느 날, 수용소가 내전의 영향으로 폭파되고 그 틈에 철이와 선이, 민이는 도망친다. 덜 발달된 휴머노이드 모델인 민이는 여정 중 위험 상황에 노출돼 추격자들의 공격으로 머리와 몸체가 분리돼서 죽는다. 선이는 민이를 어떻게든 다시 살려내려고 한다. 선이는 민이의 부활을 꿈꾸고 철이는 아버지와의 재회를 희망하며 휴먼매터스 랩으로 향하고자 한다. 방법은 무작정 헤매는 수밖에 없다.

 

방황하는 그들 앞에 '달마'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는 휴머노이드계의 장의사인 듯하다. 휴머노이드의 의식을 모아 데이터 클라우드로 보내 통합된 의식으로 빅데이터를 형성한다. 육의 형태를 벗어난 의식을 불멸의 상태로 존재하게 만든다. 폭력적이지 않고 차분한 그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스스로 자멸할 것이라 예언했다. 세상에서의 존재는 고통으로 가득 차 있어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염세적인 논리를 펼친다. 민이를 다시 살리려는 선이와 살리는 것에 대해 의미가 없다는 달마의 관념적 대립은 가히 철학적이다.

 

“그런데 다시 활성화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다시 살아난다 해도 이 휴머노이드에게는 별로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저는 의식을 가진 존재, 특히 고통을 느끼도록 만들어진 존재들, 인간이든 비인간이든, 바다의 물고기든 하늘의 새든, 그리고 저를 포함한 모든 휴머노이드들은 아예 태어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무 고통도 없었을 테니까요.”

 

선이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래요. 고통에는 의미가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세상의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는 건 의미가 있어요. 태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의식이 있는 존재들이 이 우주에 태어날 수밖에 없고, 그들은 살아 있는 동안 고통을 피할 수 없어요. 의식과 충분한 지능을 가진 존재라면 이 세상에 넘쳐나는 불필요한 고통들을 줄일 의무가 있어요.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더 높은 지성을 갖추려고 애쓰는 것도 그걸 위해서예요.” 달마는 그 말을 듣고 손뼉을 쳤다.

 

 

 

 

철이가 인간이 아닌 휴머노이드라는 걸 증명해준 것도 달마다. 달마는 어떤 휴머노이드보다 가장 인간적인 철이의 의식이 같은 데이터베이스 안으로 들어오길 희망한다. 하지만 철이는 의식의 불멸이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아줄 것인지 의문을 가진다. 

 

최민수 박사와 연결이 되 박사는 철이가 있는 달마의 거처로 그를 찾으러 온다. 최민수 박사는 철이를 빼낸 다음 인류에게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달마와 그의 거처를 파괴하려 했다. 그의 판단보다 기동대가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는 바람에 철이를 제대로 구하지 못한다. 기동대는 엄청난 화력으로 달마의 거처와 현존하는 그의 세력들을 토벌한다. 달마는 사전에 준비한 대로 의식의 세계로 들어간다. 철이는 공격에 의해 몸과 머리가 분리된다. 최민수 박사는 철이 머리를 가져와 몰래 살리려 하지만 회사에 발각돼 미등록 휴머노이드 관리한 죄로 쫓겨나 싱가포르로 떠난다.

 

몸이 없어진 철이는 의식으로 존재하면서 육체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육체의 존재가 인간다움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 파악한다. 

 

그런데 인간의 뇌와 거의 비슷하게 작동하도록 만들어진 인공지능이라면 인간이 느끼는 권태, 갑갑함, 우울감을 과연 피해 갈 수 있을까? 내가 그러한 감정을 느끼는 건 혹시 내 의식이 육체가 있던 시절에 형성되었기 때문일까? 처음부터 육체가 없는 상태로 존재해온 의식이라면 나와 같은 이런 괴로움도 없을 것인가?

 

최민수 박사는 본인이 원했던 인간다움을 통한 인류의 멸망을 막는 것을 해내지 못하자 결국 미쳐간다. 싱가포르 회사서 잘린 그는 정신병원으로 간다. 철이는 달마와 네트워크의 도움으로 몸을 찾게 되고 선이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춥고 험한 한반도 북쪽 지역에서 백발의 노인으로 공동체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선이를 찾아가 만난다. 4년 간의 동행 후 선이의 죽음, 그리고 찾아오는 자신의 죽음 속에서 그는 비로소 인간다운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다시 초반의 질문으로 돌아가 고민하게 된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은 인간은 인간적일 때 가장 인간답다고 말하고 싶다. 인간의 육신이 있어도 그로 인한 감정과 고찰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의식만 있어도 그를 만들어줄 육신과 생명이 없으면 인간다운  아니다. 인간을 구성하는 모든 것, 즉 육체와 의식과 감정, 때로는 인간 특유의 부족함까지도 인간다움을 형성한다. 휴머노이드가 형성한 빅데이터의 의식은 불멸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육체가 없는 생명체다. 지구가 멸망하거나 우주의 변화에 따라 없어질 수 있는 존재다. 그들은 인간다움에 대해 더 이상 고민하지 않을 것이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이라는 것은 생명이 움직이며 인간답게 살아갈 때에 비로소 존재한다. 하나의 구성요소를 가지고 인간답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달마와 선이, 민이, 그리고 철이는 인간보다 더욱 인간에 대해 고찰한다. 인간은 달마의 예언대로 자신이 휴머노이드가 되거나 의식의 불멸로 들어가는 등 스스로 멸망을 향해 간다. 멸망을 향해 가는 인간을 보면서 과연 인간은 인간다운 요소를 제대로 느끼며 살아가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다. 죽을 때 가서야 비로소 느껴지는 인간다움이지 않은가.

 

주가 생명을 창조하고 생명이 의식을 창조하고 의식은 영속한다는 선이의 말이 내 생각 속에 머문다. 우리의 의식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