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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용의자 x의 헌신 독후감 및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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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에서 주어지는 모든 상황과 대화는 놓칠 수 없다.

사소한 호흡까지 신경 쓰게 된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게 만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작이다.

 

 

천재 vs 천재의 대결

 

“사람이 풀기 힘든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 문제를 푸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어려울까 하는 거야.
단, 해답은 반드시 존재한다고 치고 말이야. 어때,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수학 교사이자 천재이면서 유력한 용의자인 이시가미가 자신의 대학 동기이면서 물리학 천재인 유가와에게 던진 말이다. 줄거리의 핵심이 담긴 말이다. 일반적인 대화치고 상당히 도발적이다. 독자들에게도 던지는 꽉 찬 직구다.

 

특이한 전개다. 살인 사건의 전반적인 상황을 감춤 없이 도입부에 자세히 묘사했다. 보통 사건을 베일에 싼 채 과정이 풀어나갈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어떻게 반전이 나타날지 어떤 흐름으로 갈지 모르게끔 시작한다. 하나오카 야스코는 자신을 스토커처럼 쫓아다니는 전 남편을 딸과 함께 우발적으로 살해한다. 이웃집 남자이자 야스코를 흠모하던 이시가미가 이 상황을 눈치챈다. 이시가미는 사건을 감추기로 하고 계획을 세운다. 이시가미는 야스코와 딸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린다.

 

구사나기는 이 사건을 맡은 담당 형사이다. 유가와는 구사나기의 대학 동기이자 친구이면서 물리학 교수다. 구사나기가 사건을 조사할 때 우연히 이시가미가 같은 대학을 나온 걸 알게 된다. 유가와에게 말하니 과거 수학 천재로 이름을 날렸던 이시가미를 기억한다. 유가와는 이시가미를 찾아가 오랜만에 재회한다. 처음엔 의도 없는 사적인 만남이었지만 사건으로 이어지는 만남이 된다. 사건이 이시가미와 관련된 사건인 것 같아 유가와는 구사나기 모르게 혼자서 사건을 조사한다. 이시가미는 예상치 못한 변수 등장에 당황한다. 이 책의 묘미는 위의 구절처럼 ‘사람이 풀기 힘든 문제를 만든 자’‘문제를 푸는 자’에 수 싸움에 달려있다.

 

 

아무렇지 않게 툭 던져주는 힌트들, 핵심은 선입견

이 책을 읽다 보면 많은 힌트가 나온다. 정보를 꽁꽁 싸매지 않는다. 작가는 독자에게 반전의 요소들을 충분히 알려준다. 상황과 말속에 모든 답이 있다. 그런 퍼즐들이 마지막에 다 끼워 맞춰질 때 짜릿하다.

“오늘은 추가 시험이 아니라 재추가 시험이었습니다.”
“선생님이 내시는 문제라면 어렵겠군요.”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만 선입견에서 비롯되는 맹점을 살짝 찔러 주는 것뿐이죠.”
“맹점……이라고요?”
“예를 들면 기하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함수 문제라든가 말이죠.”

- 이시가미가 조사 나온 구사나기 형사에게 하는 말 中

 

살인의 아름다운 이유, 사랑

이시가미의 사랑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순애보 같은 모습이지만 방법은 지독했다. 난 잠깐 이시가미가 야스코를 염탐하는 진짜 스토커로 오해했다(형사들이 집에서 이어폰 등 물품을 발견했을 때). 반전을 너무 의식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다. 혼자 오버했다.

 

사랑하면 살인까지 눈 감아 줄 수 있을까? 과연 그게 그녀를 위한 방법일까? 책을 다 읽고 사건의 결말과 별개로 의문이 남았다. 마지막 부분에서 나타난 야스코의 선택은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했을 선택으로 보인다. 그 선택으로 이시가미의 모든 계획이 망가지게 되었다. 사건 설계에 완벽했던 이시가미는 왜 여기까지 계산하지 못했나. 야스코의 양심이 그의 유일한 오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