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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책 리뷰,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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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제목 같다. 서정적인 감성이 제목에서부터 담겨있다. 애초에 작가는 독자를 울릴 소재를 모두 끌어왔다. 선행성 기억상실증, 아낌없는 사랑, 그 존재의 죽음 등 인터넷 소설에서도 자칫 잘못 쓰이면 유치하다고 평가받을 만한 소재를 아낌없이 썼다. 하지만 이 책은 묘하게 계속 읽힌다. 뻔한 전개로 흘러가도 아쉽지 않다. 때론 우린 뻔한 결과를 기다리기도 한다. 히노가 언제 기억을 찾을지 가미야, 와타야, 히노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저평가받기 위험한 소재로 이 정도 호평을 받을 정도면 꽤 전개와 필력이 훌륭해서이지 않을까 싶다.

 

선행성 기억상실증은 흔히 술 먹고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사람마다 충격, 특정한 사건, 약물 등 여러 원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하룻밤 자고 나면 기억이 리셋되는 것으로 설정했다. 주인공과 입장을 바꿔 생각했다. 하루 이틀의 시간이 아니고 계속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특정 시점으로부터 기억이 없다고 하면 상당히 무서울 것 같다. 아침마다 일기를 보는 것도 누적이 많이 되어있으면 정보를 습득하는 데에 하루 반나절로 충분할까? 정확히 상황이나 이해할까 싶다. 이런 현실성을 모두 부여하면 소설이 살아남기 힘들 것 같아 감안했다.

 

 

지나치게 진부한 소설로 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와타야의 존재다. 히노, 가미야의 시점으로만 자신들의 상황을 설명해나갔다면 전격소설대상 수상의 문턱도 밟지 못했을 것이다. 제3자의 시점이 존재함으로 그들의 상황을 다른 눈으로 보게 한다. 히노의 절친이지만 가미야와 또 다른 존재로 위치하고 있다. 보다 작품성을 올려준 캐릭터다.

 

이 책의 다른 리뷰와 후기들을 보니 혹평이 적지 않았다. 슬펐다, 눈물이 났다 등 감성파의 호평 속에 진부하다, 중간에 읽다 덮었다, 뻔하다 등 또 다른 감성파의 평가도 같이 둥둥 떠다닌다. 이런 평가는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 그런데 <전격소설대상> 이라는 걸 제대로 알았더라면 과연 저런 마음으로 읽었을까 싶다. 이 책을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 소재로 “제26회 전격소설대상 ‘미디어워크스문고상’을 수상”이라는 문구가 당당하게 걸려있다. 애초에 이 공모전 자체가 라이트 노벨 작품을 뽑는다. 게임소설 공모전에서 발전해 현재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쉽게 읽히는 게 특징인 라이트 노벨에 진부하다, 뻔하다는 평가 내리는 건 분식집 가서 12첩 고급 한식 반상을 기대하는 것과 다름없다. 무언가를 평가 내리기 전에 사전 지식을 확보하는 건 자신의 무식함을 가리기 위한 필수적인 행동이다. 복잡한 세상에서 이런 장르 문학의 존재는 내게 쉼터 같다. 나에게 편히 이야기 들려주는 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