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정보 없이 '미나리'라는 영화가 유명하다고 하여 봤다. 미나리를 영어로 찾아보니까 dropwort라고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제목을 'MINARI'로 표기했다. 당연히 한국 영화에다가 한국 배우들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연출과 제작 모두 미국에서 만든 것이다. 배우들도 한국계 미국인들이 반 이상이다. 미국 영화인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받아서 논란이 됐다. 인종차별이라는 비판도 있다. 난 너그럽게 봐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 평가를 내린 사람들이 영화를 잘 모르는 나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초보 수준인 것 같기 때문이다.
왜 하필 미나리였을까? 미나리는 습지에서 기르기 쉽고 번식도 좋은 식물이다. 험지에서도 잘 자라는 이 식물은 위기 때 강한 우리나라 민족성 이미지와도 잘 부합된다. 미국에서 꿋꿋하게 살아나가는 이 이주 가정과도 잘 어울리는 식물이다. 남자 주인공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넘어오는 한국인들에게 팔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농사를 무리하게 짓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되는 위기를 보며 '저 미나리를 갖다가 팔지'라고 속으로 계속 생각했다.
영화의 전개가 평상시 익숙했던 전개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한국식 신파적 요소도 없었고 뜬금없이 등장하는 위대한 미국이라는 메시지도 없었다. 당시 가족들의 자연스러운 묘사를 보며 남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실제 미국 이주민들은 저랬겠구나 싶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일품이었다. 워낙 실력파 배우들이기도 하지만 아역들의 연기도 연기라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줄거리도 다이내믹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지 않고 흐름이 뻔히 예상됐지만 그 예상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전반적인 분위기가 호러물처럼 갑자기 뭔가 툭 튀어나올 것 같은데 안 튀어나와서 다행이라고 느꼈다.
배경은 레이건 대통령이 언급되는 것을 보니 1980년대이다. 그 시대 사람이 아니라 잘 모르지만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으로 넘어갔나보다. 현대의 우리나라 국민들은 굳이 미국 가서 살라고 하면 대다수가 넘어갈까? 미국 자본주의의 민낯과 인종차별, 의료 지원 부실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드러난 상태이고 대한민국도 살기 좋은 나라에 속하기 때문에 이제는 그런 시기는 확실히 지났다고 판단된다. 현재를 보면 참 우리나라 인생 선배들이 보통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괜히 질긴 생존력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아니다. 이제 앞으로는 우리 몫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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