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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 독후감,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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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 알란

돈을 펑펑 쓰면서 인생 말년을 마무리할 줄 알았던 알란이 다시 돌아왔다. 역시 알란만의 방식으로 특이하게 돌아왔다. 책 제목에는 ‘핵을 들고’라는 부분이 강조됐지만 사실 ‘태블릿을 들고’가 더 잘 어울릴 법한 알란이다. 태블릿은 전 세계 어딜 가던 데이터가 잘 터졌는데 아마 통신 요금을 내야는 입장에서 꽤 골치가 아팠을 거다.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 캐릭터들의 특징은 누군가에게 쫓긴다는 거다. 까막눈이 여자 놈베코, 안데르스와 친구들도 그랬고, 알란은 말할 것도 없다. 본인들은 머리 좋게 어떠한 상황에서도 헤쳐 나오지만 그 상황에 남은 조연들은 처참한 현실을 마주한다. 알란은 이번 소설에서도 여러 조연들에게 엿을 먹이며 세상을 풍자한다.

 

오우! 엄청난 사람들이 나오는군

우리나라 독자들이라면 꽤 친숙한 이름과 배경이 나온다. 인도네시아에서 열기구를 타고 도망치다가 조난 사고를 당하는데 하필 구조해주는 배가 북한 국적이다. 심지어 우라늄을 몰래 운반하는 배여서 예민의 끝을 향하고 있다.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김정은까지 마주하는 알란은 실제로 우리도 저런 태도를 현실 세계에서 취하면 목숨을 건사할 수 있을까는 의문을 안겨준다.

 

 

비록 현재는 내가 읽는 시점에서 바이든으로 미국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소설 속에선 트럼프가 나온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서로 닮았다는 표현을 작가는 은근하게 녹여냈다. 주변 배려 없이 세상을 자기 멋대로 살아가는 이 두 국가 원수에게 작가는 자잘한 잽을 꾸준히 날린다. 아마 그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북한에서는 금서로 지정될 것 같지만) 핵폭탄을 맞은 것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이 책을 읽긴 할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만약 101세 알란이 좀만 더 세계여행을 늦게 했다면 최근 이슈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야기가 나왔을 것 같다. 푸틴과 젤렌스키를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만났을 것 같다. 푸틴에게 잽을 날리다가 또 도망치는 상황이 되겠지...

 

노인 인권 교육에서 마주친 알란

사회복지사 의무교육 중에 노인 인권 교육을 수강하다가 알란을 마주하게 됐다. 강사님께서 예시로 책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꺼냈다. 나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펼쳐나가는 모습을 좋게 평가했다. 의도는 알겠는데 뭔가 오글거리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알란이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건 소설 속 인물이니까 가능했고 20세기와 21세기의 결점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캐릭터인지라 끼워 맞추기로 느껴졌다. 물론 노인이라는 캐릭터를 사용함으로써 상황의 효과를 더 잘 나타냈다. 그렇다고 알란이 특이한 사람이지 노인이라는 특정 세대를 알란화 시키면 안 된다. 강사의 의도만 들으면 되는데 꼭 이렇게 비판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어쩌면 젊은 알란이 아닐까 싶다.

 

2021.04.30 - [Review/독후감] -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책 독후감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책 독후감

이렇게 재밌는 책을 왜 이제 알았지? 심지어 나온 지 거의 10년도 더 된 책이잖아? 독서량이 한없이 부족한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어디 가서 취미가 독서라고 깝죽대지 말아야겠다. 한 번만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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