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시리즈 독후감들을 쓰는 도중에 우리 집 식구가 생겼다. 치명적인 핑크코를 가진 한 개냥이가 아파트 입구에서 우리를 간택했다. 이름은 태이(태평한 아이)고 생후 5-6개월로 추정된다. 태이를 먼저 알고 고양이 시리즈들을 읽었다면 보다 더 감정이입이 잘되었을 것 같다. 자기 아이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처럼 나도 어느샌가 태이를 소개하고 있다. 고양이를 키워보니 독특한 동물이란 게 느껴진다. 작가도 이 특이한 종족을 키우면서 글을 썼다. 사랑스러운 연구대상이다. 지금도 나는 이 글을 한 손으로 낚싯대를 가지고 놀아주며 쓰고 있다.
이 녀석들이 인간의 지식을 이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심지어 문명을 형성하고 행성을 지배한다는 건 코웃음이 날 일이다. 난 사냥놀이대 하나로 녀석을 지배하고 있는데 말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태이가 대충 놀아주는 나를 빤히 바라본다. 제대로 놀아드리라는 뜻이다. 난 곧 지배될 것 같다.
<행성>에서는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온 바스테스와 일행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직 멸종하지 않은 인간의 무리를 만난다. 인간들은 뉴욕의 여러 고층 빌딩서 또 하나의 세계를 유지하고 연명하고 있다. 여전히 기존의 문명 시스템을 유지하고 관습대로 의사결정을 한다. 멸망이 눈앞인데 그대로다. 빌딩 아래는 건물을 붕괴시키기 위해 쥐들이 갉고 있다. 그것도 모르고 현재의 안락함에 취한다. 세계 군대 대부분이 무너졌는데 잠깐 활약한 군대에 의존한다. 그러다 고양이에게 인류의 운명을 맡기게 된다.
인간의 역사는 반복된다. <문명> 독후감에서 썼듯이 3보 전진과 2보 후퇴를 반복한다. 반복되는 굴레를 파악하고 잘못된 일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역사를 배우기도 한다. 한치 앞을 못 보기 때문에 과거 사건을 타산지석 삼는다. 하지만 후퇴의 폭이 너무 클 때가 있다. 아예 역사에 없던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이 책을 통해 느낀다. 기존의 문명 때문에 이 행성이 망하게 될 날이 온다면 고양이에게, 또는 그 어떤 존재에게 우리 운명을 넘길 각오 해야 한다고... 인류와 그리고 그들의 시스템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