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 책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 줄 몰랐다. 최근에 이 책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넷플릭스 영화 순위 1위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올라와 있어 놀랬다. 괜히 결말을 스포 당할까 봐 얼른 넷플릭스를 끄고 책을 황급히 읽은 기억이 난다.
미스터리 소설치고 공포감보다 따뜻한 이미지가 있는 책이다. 자연과 습지가 배경이라 그런가보다. 생태학자 작가가 표현하는 배경은 소설보다 시에 가깝다. 그런 배경 속 주인공 카야는 정반대로 외롭고 쓸쓸하다. 카야의 깔려있는 외로움과 처절함이 체이스 살인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인지, 그렇기엔 반전 없는 이야기일지 궁금함의 연속으로 몰입을 높인다. 나중에 영화로도 꼭 봐야겠다.
<줄거리 요약>
카야는 습지 소녀다. 습지에 살던 그녀의 가족은 가정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 때문에 아버지와 그녀를 남기고 다 도망간다. 그녀는 습지에서 자연과 함께 자라난다. 다행히 잠깐 상태가 괜찮아진 아버지를 통해 배를 타는 법을 배우고 그녀를 도울 수 있는 주변인을 만나게 된다. 그러다 아버지는 다시 술과 도박에 빠지고 결국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 카야는 학교에 한 번 출석하고 마을에 나가보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녀를 놀리고 피하려고 한다. 상처받은 카야는 사람들과 멀리하고 혼자 고립되어 지낸다. 소수의 몇 명과 교류를 빼곤 말이다.
카야는 고립되어 연명하다 우연한 만남을 가진다. 오빠 조디의 친구였던 테이트를 어느 날 만난다. 그들은 서로 교류하다 사랑에 빠진다. 테이트는 일반적인 여자아이들과 다른 카야에게 매력을 느끼고 글을 알려준다. 배움의 열망이 있는 카야에게 책을 매번 가져다주고 카야는 그 책을 모두 습득한다. 생태 연구가로 전공을 살려 대학을 가는 테이트는 카야 곁을 잠시 떠난다. 아니 잠시 떠나기로 약속했으나 꽤 시간이 걸렸다.
한편 다른 이야기의 흐름은 체이스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해변 습지에서 시체로 발견된 체이스가 한때 습지 소녀와 어울렸다는 사실을 마을 사람들은 알고 있다. 베일에 싸인 습지 소녀와 체이스 살인 사건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가재가 노래하는 곳 뜻>
가재는 노래하지 않는다. 그런데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만큼 자연 속에 있는 자연으로 더 들어가면 가재가 노래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은유적인 표현을 쓴 것이다.
자연의 본연을 느끼는 곳, 그 자체로 생명체가 살아가는 곳을 의미한다.
<독후감 : 사회가 만든 잔인한 외로움>
보통 외로움의 원인은 무엇일까? 스스로 원해서 외로운 경우는 많이 없다. 그런 경우 아마 외로움보다는 평안함을 느낄 테니까. 외로움은 사회로부터의 격리가 반강제적으로 일어났을 때 찾아온다. 정서적인 격리, 물리적인 격리 모두 마찬가지다. 인간은 사회로부터 격리를 원치 않는다. 힘들 때 내 의견을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하고 기쁠 때도 감정을 공유할 상대가 필요하다. 사회에 속해 있을 때 비로소 인간이 정상적인 생각과 활동을 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델리아 오언스는 카야를 철저히 고립시켰다. 습지라는 환경에 박았고 가족 또한 분리했다. 몇몇 카야에게 도움을 주는 천사 같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극소수였다. 그 극소수마저 없었다면 카야는 극단적인 결말을 맞이했겠지만… 그래도 사회라고 하기엔 너무 적은 수였고 카야는 너무도 혼자의 시간이 많았다. 만약 MBTI에서 E에 속하는 내가 그 상황이라면 외로워 미쳐버렸을 수 있다. 아닌가, 사회의 문제아가 됐으려나.
아무튼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카야는 사회에 다가가고자 노력했다. 마을에 들어가 가게에 찾아가고 사람들과 교류해보려 했다. 복지 담당자에게 이끌려 학교에도 가봤다. 그러나 온갖 멸시와 냉대를 겪었다. 그녀가 습지 소녀라는 이유 때문이다. 배경은 1950년대. 인종차별이 난무하던 미국의 남부이다. 카야는 비록 백인일지라도 흑인에게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가난한 고아였다. 가난의 타이틀은 그녀가 무식하다, 더럽다, 음침하다 등 다양한 이미지를 씌웠다. 사회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그녀를 격리했고 배척했다. 결국 그녀는 누군가를 해할 수 있는 잔인한 외로움을 갖게 됐다.
이런 경우는 1950년대뿐 아니다. 항상 어느 시대에나 차별과 사회 구성원에 대한 회피는 늘 존재했다. 현대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자신의 기준과 맞지 않으면 남을 비난하고 정죄한다. 그런 공격성으로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들과 다른 인간의 종들을 말살시켜 왔다. 참 잔인하다. 그런 잔인함은 누군가를 외롭게 도태시킨다. 그러나 잔인한 외로움은 결국 다시 사회로 돌아온다. 그 대상이 나는 아닐 거라는 생각은 오만일 테다. 무한한 오지랖은 민폐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관심은 우리 주변에 늘 필요하다. 한번 주변을 둘러보게 된 계기였다.
- 저자
- 델리아 오언스
- 출판
- 살림
- 출판일
- 2019.06.21
↑ 위 링크는 책 정보, 아래 링크는 영화 정보 ↓
- 평점
- 8.8 (2022.11.02 개봉)
- 감독
- 올리비아 뉴먼
- 출연
- 데이지 에드가 존스, 테일러 존 스미스, 해리스 디킨슨, 데이비드 스트라탄, 스털링 메이서 주니어, 로건 맥레이, 빌 켈리, 안나 오라일리, 가렛 딜라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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