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서 보게 된 책이다. 빠져들었다. 에이 설마 이런 일이 있겠어? 하면서 보지만 스토리 구성이 나름 신박했다. 류현재 작가는 바다를 아는 사람인 것 같다. 바다를 알고 이해하니까 이런 글이 나온 듯하다.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무겁게 느껴졌다. 마치 책 중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다. 동시에 사랑이 깔려있다. 그 사랑 때문에 더 무겁게 느껴지는 기분이다.
<줄거리 요약>
정해심 검사는 정만선의 딸이다. 그녀의 아버지 정만선은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있다. 어느 날, 요양원에서 성추행 사건이 생기는데 정만선이 그 사건의 가해자다. 정해심은 요양원으로부터 연락받아 찾아가 자초지종 설명을 듣고 상황을 보는데 일반적인 성추행 사건이 아닌 것을 직감한다. 피해자는 고해심이라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사람이다. 고해심의 아들이 얼토당토않게 합의금을 요구한다. 정해심은 사건의 이상함과 아들의 괘씸함 때문에 더 파고든다. 사건을 알아보다가 정만선과 고해심이 단순한 관계가 아니란 걸 깨닫고 심지어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란 걸 알게 된다. 그리고 피해자인 고해심이 전혀 피해자답지 않게 행동한다. 같은 요양원에 입소, 과거 속 그 둘의 관계, 이름이 같은 묘한 연관성 등 정해심은 이상함을 느낀다. (나머지 줄거리는 소설을 통해…)
<독후감 : 지독한 사랑에 연관되기 싫다>
정만선과 고해심은 지독한 사랑에 연관되어 있다. 연루되었다는 표현도 잘 어울린다. 사랑했다는 죄, 아니 사랑을 잘 풀어가지 못했다는 죄가 노년에 발목을 잡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과거의 당위성이 그들의 사랑을 포장해 주지만, 위로될 수는 없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니까 여러 피해자가 등장했다. 정만선의 아내와 또 그녀의 딸 정해심이다. 특히 정만선의 아내다. 그녀는 사랑받지 못했다. 사랑받지 못했지만 몸의 문을 열어 결혼했다. 결혼은 어찌 보면 사랑과 연관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그녀는 더욱 외로워졌다. 정만선 본인 또한 그랬다. 고해심을 품지 못했기 때문에 사랑의 세레나데를 소극적으로 시로 표현했다. 하필 그 시가 정만선 아내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게 문제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그런데 그 사람을 품을 수 없다는 건 그만큼 저주다. 때론 그 집착을 잘못 풀어 스토킹 같은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정신병자들은 예외고, 일반적인 사람은 마음속에서 지우고 포기한다. 그 포기하는 과정이 얼마나 씁쓸하고 처절할까. 사유는 다양하겠고 과정도 다양하겠다. 그 감정을 나도 언젠가 느낀 적이 있을 테다. 다시 느끼고 싶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랑이 잘 풀어지고 지금도 내 곁에 있는 것이 큰 축복으로 느껴진다.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잘하라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가 싶다. 이 사실을 망각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먼저 내 바닥을 보여줄 때가 많아 미안하다. 갑자기 고백으로 이어지는군. 다시 돌아오면 이 소설의 주인공들과 같은 지독한 사랑에 연관되기 싫다. 안 그래도 먹고 살기 힘든 세상 사랑이라도 편하게 하고 싶다. 꼭 지독한 아픔과 외면을 겪어야만 사랑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사랑을 시험해보자는 신의 무모함도 말리고 싶다. 평생 서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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