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다>라고 하니까 왜 하쿠나마타타가 생각이 나는 건지… 비슷해 보여도 뜻이 전혀 다르다. <하쿠나 마타타>는 스와힐리어로 ‘문제없다’, ‘걱정 없다’라는 뜻이다. <하쿠다>는 ‘하겠습니다’라는 제주도 방언이다. 하쿠다 사진관은 무엇이든 멋지게 촬영하는 사진관이라는 뜻이다. 소설이라 그런지 담긴 에피소드가 좀 현실감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왠지 있을 것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싶다.
<줄거리 요약>
제비는 도시에서 사진관에서 일하다가 퇴사 후 제주 한 달 살기를 했다. 마지막 날 일정이 꼬이고 석영이 운영하는 하쿠다 사진관에 들어오게 된다. 석영도 현지인이 아니라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게도 차린 지 얼마 안 돼서 수입이 온전치 않다. 사진관 경험이 있고 나름 능숙히 일 처리를 할 것 같은 제비를 고용한다.
다양한 손님들이 방문한다. 오토바이 부대, 예비 신랑 신부, 청년 또래들 등 다양한 사람만큼 여러 사연을 가졌다. 손님들의 에피소드만 담겨 있지 않다. 제비 개인적인 이야기, 석영의 이야기, 마을의 행사와 같은 소소한 이야기로 잔잔히 공감하게 만든다.
<독후감 : 나를 찾아가는 우리를 위하여>
제비는 전형적인 20대다. 음, 요즘은 20대 문제만은 아니겠지. 살면서 흘러가다가 내가 누구지, 난 무얼 하고 있지? 라며 브레이크 잡힐 때가 있다. 브레이크를 스스로 잡기보다는 뭔가에 의해 잡힌다.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주행하다 멈추니 당황스럽다. 처음에는 방향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샌가 없어졌다. 정처 없다는 말이 어울린다. 그때서야 방향을 다시 잡으려고 하면 막막하다. 돌아갈까? 다른 방향으로 갈까? 고민이 찾아온다.
하쿠다 사진관에 찾아오는 사람들, 그리고 운영하는 사람들 역시 흘러가는 삶 속에 의지하며 살다가 하쿠다 사진관에 와서 잠시 브레이크를 잡는다. 환하게 웃는 때마저 잊고 살았다가 석영의 사진 속에서 다시 빛을 찾고 나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최근에 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왔다. 코로나 시국 이후 처음으로 가본 해외여행이다. 이전에는 가족들과 패키지여행으로만 가봤는데 이번에는 지인들과 아내와 자유여행으로 가봤다. 정말 모든 걸 놓고 돌아다니면서 먹었다. 3박 4일이라는 시간이 순간 이동한 것처럼 금방 지나갔다. 와이프와 같이 장사를 하는 나는 며칠 쉬면 매상에 타격을 입을 거라는 걱정 속에 출발했다. 걱정은 기우였다. 일상으로 복귀에 후유증이 있을 정도로 재밌었다.
나에게는 브레이크와 같은 순간이었다. 퇴사 후 유야무야 아내 가게에 합류하며 일을 했다. 내가 뭔가 하고 싶었는데, 무언가를 좋아했는데 현실적인 이유로 묻어놨었다. 그 기억들이 치고 올라왔다. 일상을 떠나 와 일을 손에서 잠시 떨어뜨려 보니 내가 조금씩 보였다. 나를 찾는다는 기분. 예전에는 막연했는데 요즘은 눈앞에 아른거린다. 이번 브레이크를 통해 힘을 얻고 또 나가보자는 다짐을 하게 됐다. 차가 고장 나서 브레이크 잡힌 게 아닌 주유소에서 주유하며 브레이크 잡은 느낌이었다. 설레는 마음에 복귀하자마자 마음이 조급했지만 일을 그르칠 것 같아서 다시 안정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후쿠오카가 내게 하쿠다 사진관 같은 곳이었나 보다. 뜬 감정으로 잊히지 않게 현실에 집중하고 찬찬히 준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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