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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영화

영화 82년생 김지영 후기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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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책으로 읽었던 <82년생 김지영>을 스크린으로 마주했다. 그런데 왜일까? 책으로 봤을 때보다는 덜 답답했다.

 

 

2018/04/17 - [Review/독후감] - 82년생 김지영 독후감

 

82년생 김지영 독후감

누구는 격하게 공감하는 책이고, 누구는 이 책을 읽었다는 이유로 그 특정 인물을 마녀사냥하기도 한다. 이유는 각자의 사정이 있기 때문에 어느 편을 들고 싶지는 않다. 요즘 세대라면 이해 못하려나? 난 9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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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전, 이슈였던 책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었다. 나는 차별이 난무하는 세상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있었고, 그 차별을 당하기도 했으며 저지르기도 했다. 답답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 스스로 인식부터 고치기로 마음 먹었다.

 

 그로부터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고 영화를 보게 되었다. 역시나 큰 이슈 속 작품이었던 만큼 영화 제작 발표부터 시끄러웠다. 하지만 잦은 의견 대립에 익숙해진 탓인지 예전에 비해 극단적 페미니즘과 그에 반하는 세력의 충돌이 덜 느껴진다. 물론 몇몇은 여전히 날뛴다. 무엇을 위함일까?

 

 

 

 

 영화에서는 김지영과 남편의 이야기와 김지영의 병세에 집중해서 스토리를 풀어간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볼 때와는 다르게 조금 더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다. 솔직히 영화가 나오기 전에 책으로만 봤을 때는 불편한 감정이 있었다. 계속 치부가 드러나는 느낌에 너무 작가가 과하게 안 좋은 면만 집중시키는게 아닌지 불만이었다. 이 작품을 비판하는 많은 의견이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 추측한다. 누군가는 부정하겠지만 찔리는 마음과 비슷한 선상이다.

 

 하지만 나는 내 아집과 대면했다. 그리고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낸 고발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라고 인정했다. 내가 좋아하는 목사님이 자주 쓰던 표현처럼 진실은 마주하면 불편하다. 이 작품도 그런 작품이다. 그래서 사회구성원으로서 반성의 자세로 접근하고자 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긴장됐던 포인트는 공유가 나올 때마다였다. 무슨 말을 꺼낼지, 무슨 행동을 할지 아슬아슬한 장면들이 있었다. 부모님과 마누라 사이, 부부 관계 등 다양한 관계 속에 위치한 남편은 어떻게 풀어나갈지 헤매고 어려워했다. 같은 남자다보니 더 집중해서 보게 된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무조건 답답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렇게 접근하면 '남자는 답답한 존재', 더 나아가 '여성의 적'처럼 비춰지는 엉뚱한 개념이 심어진다. 또 다른 차별과 대립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나는 공유 캐릭터를 부당하다 느끼는 사회를 나오는 과정의 사람, 기성세대들이 갖고 있던 가치와 대립하는 과정 속 사람으로 바라봤다. 육아 휴직을 냈을 때 불이익을 당하는 사회 시스템, 아직도 변하지 않고 차별이 익숙한 사람들 틈에서 부족하지만 이겨나가는 존재로 봤다. 

 

 

 

 

 스토킹, 몰래카메라, 성범죄 관련된 내용도 다뤄졌다. 역시나 이 또한 '특정 성별이라 당했다.'라는 접근은 위험하다. 범죄 관련된 사항은 성차별과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성별을 떠나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인식이 아직 이 사회는 많이 부족하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상당히 미흡하다. 스토킹을 통해 사망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경범죄에 속한다.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된다. 이성 잃은 짐승들에게 우스운 덫이고 일반 시민들은 불안에 떨 수 밖에 없다. 범죄 관련된 내 개인적인 생각은 할 말이 많아 다른 글에서 더 이야기하고자 한다. 

 

 육아 문제, 경력 단절 문제는 사회 인식 개선이 급선무이다. 공동체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이다. 임산부 배려석, 수유실 등 아무리 지자체에서 개선 차원으로 진행해봤자 구성원들이 배려하는 마음이 없고 이기적이라면 무용지물이다. 기업에서 육아 휴직 제도를 시행해도 주변 동료들이 배려하지 않으면 쓸모 없는 제도가 된다. 

 

 2시간짜리지만 깊은 울림을 준 이 영화. 논란 속에도 이 작품을 선택한 배우들, 제작자, 그리고 도화선에 불을 지핀 원작 작가. 그들은 아마 이 울림의 결과를 누구보다 기대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