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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불편한 편의점 독후감, 책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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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책 <원미동 사람들>이 생각난다.

내가 정말 좋아했던 책인 양귀자 저서 <원미동 사람들>이 생각났다. 한 마을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구성되어 나가는 형태가 비슷했다. 가깝고 서로 겹치는 공간에 있지만 각자 삶에 따라 희로애락이 담기고 이야기도 모두 다르다. 우리네 사람 사는 이야기를 현실성 있게 보여줘 친숙하게 다가오는 책들이다. 이번에 읽은 <불편한 편의점>도 비슷한 전개다. 지갑을 잃어버린 70대 편의점 사장인 염 여사와 노숙자 독고의 만남부터 그 편의점 중심으로 얽히는 인간관계 속 각자의 스토리가 담긴다. 각 캐릭터의 삶이 마치 우리의 가까운 이웃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2020.02.27 - [Review/독후감] - 원미동 사람들 독후감

 

원미동 사람들 독후감

 갑자기 옛 작가들의 감성이 느끼고 싶었다. 이상하게 요즘 글들이 냉소적이고 차갑게 느껴졌다. 시간이 지난 명작들을 찾아봤다. 떠오른 작품은 예전 교과서에서 봤던 <원미동 사람들>이다.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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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친절함이 내게는 불편함으로?

이 책의 주인공 캐릭터는 '독고'다. 지나친 음주로 인해 기억이 상실된 그는 노숙자 시절 알게된 어떤 이의 이름, 아니 별명을 본인의 이름으로 차용했다. 어눌한 말투, 큰 덩치의 겉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주기도 하지만 사람들에게 정이 많은 캐릭터다. 염 여사의 배려로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고용된 후 엄청난 학습력을 바탕으로 적응해나간다. 

 

남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관찰로 이어진다. 때로는 그 관심이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의 진심이 느껴질 때 불편함이 고마움으로 대부분 바뀐다. 독고는 그런 불편함을 이용해 단골 관리를 잘한다. 단골들이 힘들어 보이거나 슬퍼 보일 때 말동무가 되어주고 술 대신 보리차를 건네주는 센스를 발휘한다. 어눌한 말투 때문에 말하는 것보다 들어주는 역할을 자처하지만 한마디 한마디 중요한 포인트들을 던져준다.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독고를 통해 한 마디씩 남긴다.

 

내게는 편의점이 어떤 곳일까?

오랜 기간 혼자 산 나는 편의점이 익숙하다. 아침밥 차려먹는 대신 편의점에 가서 삼각김밥, 김밥, 샌드위치 등을 자주 사먹었다. 밤에는 맥주 한 캔 사고 야식을 사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기도 했다. 아르바이트 분들이 불편할까 봐 거의 사서 집에 와서 먹었다. 내게 편의점은 날아다니는 새가 잠깐 앉아 쉬는 나뭇가지 같은 곳이다. 

 

아직까지 살면서 큰 외로움이나 고난은 없었나보다. 모르는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고 대화를 해주는 것에 대해 상상하기가 힘들다. 설령 말을 거는 누군가 있어도 나는 매우 불편해하고 이 사람 뭔가 싶은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봤을 것 같다. 나부터 세워 둔 벽을 허물 필요를 느꼈다.

 

또한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존재일까. 나만 바라보고 세상을 살아왔던 것 같다. 남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다. 자칫 오지랖이 될까봐, 그 오지랖이 상처를 줄까 봐 남에게 신경을 잘 쓰지 않는 편이다. 이런 자세가 어쩌면 장점이 있겠지만 단점도 존재할 것이다. 진짜 관심이 필요하고 위로가 필요한 이들을 외면할 수 있다. 억지로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겠다는 건 아니다. 살면서 어쩌다 눈에 들어오면 그 마음이 공감된다면 독고처럼 보리차 한잔 건넬 마음씨를 가지면서 살아야겠다.